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왜 밤이 되면 더 불안하고 새벽이 되면 더 절망적인가요?"
이 질문은 우리 뇌 속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전쟁의 증상이다. 우울증과 수면 장애는 흔히 동반되는 질환이지만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두 질환은 신경학적으로 얽혀 있으며 서로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는 세로토닌(serotonin) 농도가 불안정하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감정을 조절할 뿐 아니라 멜라토닌(melatonin)으로 변환되어 우리의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깊어질수록 세로토닌의 합성이 감소하고 여파로 멜라토닌 분비가 교란된다.
결과적으로 낮에는 피로하고 밤에는 깨어 있는 상태가 지속된다.
잠을 청하려 해도 멜라토닌이 충분하지 않기에 수면은 얕고 불규칙해진다.
이 과정은 마치 균형을 잃은 시계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더 엉망이 되어 간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겹칠 때 뇌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편도체(amygdala)다.
편도체는 불안을 감지하는 감정의 센터다. 우울증이 깊어질수록 이곳은 과활성화되며 작은 걱정도 거대한 공포로 증폭된다.
동시에, 우리의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억제된다.
감정을 다스릴 힘이 약해지고 논리적 사고조차 희미해진다.
그 결과, 환자는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고 이는 야간에 더 심해진다.
밤은 조용하고 깊은 어둠은 모든 불안을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편도체는 쉴 틈 없이 경고음을 울리고 전두엽은 그 신호를 해석할 힘을 잃어간다.
그래서 새벽 3시, 우리는 이유 없는 두려움과 눈물로 깨어난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지속되면,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이 과부하된다.
이를 조율하는 것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이다.
건강한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적절한 양의 코르티솔(cortisol)을 분비하여 반응하지만
우울증과 수면 장애가 있는 뇌는 코르티솔을 과다하게 분비한다.
이는 마치 꺼지지 않는 경보음과 같아 낮 동안에도 무력감과 피로를 느끼게 만든다.
결국, 우리의 신체는 낮에는 지치고 밤에는 깨어 있는 상태를 지속하며 피곤한데도 잠들지 못하는 잔인한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뇌는 변화할 수 있고 우리의 신경망은 회복될 수 있다.
세로토닌은 빛과 함께 활성화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창문을 열어 빛을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다시 시간을 조율할 기회를 얻는다.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면 멜라토닌 리듬이 회복된다. 가끔의 불면이 있더라도 밤을 억지로 새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강도 운동은 과활성화된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전두엽을 다시 활성화시킨다. 심호흡과 명상은 HPA 축의 과도한 코르티솔 분비를 낮추어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한다.
우울증의 무기력 속에서도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성취’라는 보상을 통해 도파민(dopamine)을 분비하며 다시 건강한 흐름을 회복해 간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아도, 뇌는 변화할 수 있다.
우리의 신경망은 다시 연결될 수 있으며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다시 조화를 찾을 수 있다.
그 첫걸음은, 오늘 밤, 자신을 더 이상 탓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비록 지금은 깊은 어둠 속에 있을지라도
어둠 너머에는 분명히 따스한 빛이 기다리고 있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