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갈수록 어둠 속에서 은밀한 유혹이 찾아온다. 냉장고 문을 열고 따뜻한 음식 한 입을 베어 물 때의 만족감. 하루의 피로를 위로받는 듯 이 순간은 달콤하다. 하지만 대가로 깊은 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야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숙면과 깨어남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야식은 우리를 어떻게 잠에서 멀어지게 하는 걸까?
야식 후, 몸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한다. 하루의 마무리를 준비하던 소화기관이 갑자기 깨어나 소화 작용을 시작하고 혈당이 상승하면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 과정에서 체온이 올라가고 신경계가 활성화되며 깊은 수면으로 빠져드는 데 필요한 신체 리듬이 흐트러진다.
특히,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장에 오래 남아 있어 소화에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는 자율신경계를 각성시켜 밤새 뒤척이며 선잠을 자게 만들 수 있다.
야식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몸이 미묘하게 불편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소화 중인 위장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야식을 먹으면 꿈이 많아지고 때론 강렬한 꿈이나 악몽을 꾸게 된다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유는 음식 섭취 후 발생하는 혈당 변동과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때문이다.
고탄수화물 식사는 혈당이 급격히 오르다가 다시 떨어지는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뇌가 필요 이상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로 인해 꿈이 많아지고 REM 수면(꿈이 활발한 단계)이 길어질 수 있다.
매운 음식의 캅사이신이 체온을 올리고 대사를 자극하면서 뇌의 활동이 증가해 꿈이 더욱 생생해질 수 있다.
고단백 야식은 아미노산 티로신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켜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고 꿈이 지나치게 선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야식은 우리의 꿈의 색깔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좋은 방향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생생한 꿈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고, 피로감을 더할 수도 있다.
멜라토닌은 ‘잠의 신호’라 불리는 호르몬이다. 어둠이 찾아오면 멜라토닌이 분비되며 몸은 서서히 잠을 준비한다. 하지만 야식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
특히, 늦은 밤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초콜릿, 녹차, 콜라 등)이나 고당분 디저트는 멜라토닌의 작용을 약화시키며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야식으로 인해 증가한 인슐린은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 즉, 야식 후 잠자리에 들면 몸은 아직 낮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모든 야식이 숙면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음식은 수면을 도울 수도 있다.
좋은 야식 다음과 같다.
바나나는 트립토판이 풍부하여 멜라토닌 생성을 돕는다.
따뜻한 우유는 칼슘이 신경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유도한다.
아몬드는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근육 이완을 돕는다.
오트밀은 복합 탄수화물로 서서히 소화되어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다.
반면, 기름진 음식, 단 음료, 매운 음식, 카페인이 들어간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야식은 습관이 되기 쉽다. 유혹을 조절하지 못하면 숙면을 잃고 다음 날까지 피로가 이어질 수 있다.
숙면을 위한 야식 습관이다.
수면 2~3시간 전에는 음식 섭취를 줄이자.
야식이 필요할 때는 가볍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선택하자.
혈당 급등을 막기 위해 단 음식과 정제 탄수화물은 피하자.
소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천천히 먹자.
야식 대신 따뜻한 차(카페인 없는 허브티)를 마시자.
밤은 우리가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온전히 쉬기 위해, 야식의 유혹을 지혜롭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밤, 냉장고 문을 열기 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지금 이 한입이 나의 숙면을 깨우진 않을까?"
그리고, 고요한 밤의 품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자.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