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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인간 수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eunparang

by 은파랑




수면과 인간 수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잠은 뇌가 빚어내는 가장 은밀한 예술이다. 뉴런과 시냅스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며 기억을 정리하고 상처 난 감정을 봉합한다. 렘(REM) 수면 동안 우리는 무의식의 심연을 여행하며 지난 시간의 잔해를 재구성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는 스스로를 정리하지 못하고 오래된 서랍 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길을 잃는다. 신경세포는 엉켜버리고 기억의 실타래는 풀리지 않은 채 엉겨 붙는다. 그렇게 우리는 어제보다 둔해진 정신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삶의 길이를 늘이는 것은 어쩌면 더 깊고 긴 꿈을 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잠은 심리적 회복의 가장 강력한 도구다."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억눌린 감정을 정리하고 낮 동안 쌓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녹인다. 불면의 밤을 겪은 이들은 안다. 피로는 몸의 문제가 아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 지속적 수면 부족은 감정을 무디게 하고 삶의 색을 빼앗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 수면 부족은 공감 능력을 감소시키고 대인관계를 피로하게 만든다. 평온한 밤은 휴식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사랑을 나누는 힘의 원천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잘 자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수면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세포를 재생하며 손상된 조직을 복구한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는 시간도 깊은 잠에 빠진 순간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만성 염증과 싸우고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수면과 수명의 관계는 간단하다. 오래 살고 싶다면 잠을 잘 자야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수면을 뒤로 미루는 것은 스스로의 생명을 갉아먹는 일이다. 수명은 연장이 아니라 매일 밤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운동 후 찾아오는 극도의 피로는 수면 속에서 회복된다. 근육은 잠들어 있는 동안 미세한 상처를 재생하고 더 강한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운동선수들에게 수면은 훈련의 연장선이며 경기력의 핵심 요소다. 수면이 부족한 날,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는 이유는 피로 때문이 아니다. 근육의 회복이 완성되지 못한 채 어중간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체는 스스로를 다시 조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걷고, 오래 뛰고, 오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깊은 잠에 몸을 맡겨야 한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수면 질은 달라진다.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카페인은 우리의 생체시계를 흐트러뜨린다.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수면을 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깊은 잠을 위해 올바른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 건강한 수면은 단순히 '잘 자는 것'이 아니라, '잘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 몸은 깨어 있을 때뿐 아니라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영양을 소비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수면은 곧 영양이며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 에너지원이다.


잠은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의식의 형태다. 문학은 꿈을 얘기하며 철학은 무의식을 탐구해 왔다. 인간은 꿈을 꾸는 존재이며 꿈을 통해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조망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깊은 잠을 통해 자신의 얘기를 다시 쓰고,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잠은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삶을 직조하는 가장 근본적 과정이다. 인간의 수명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때론 잠을 미뤄둔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쌓인 생각들이 우리를 잠 못 들게 한다. 하지만 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오래 살고 싶다면 깊고 단단한 잠을 사랑해야 한다. 수면은 쉼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이다. 오늘 밤, 어제보다 조금 더 편안한 자세로 조금 더 깊은숨을 쉬며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 시간이 모이면 더 길고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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