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물이 깊이 흐른다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83

by 은파랑




"조용한 물이 깊이 흐른다."

- 라틴 속담


이 문장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속담으로 소란스럽지 않지만 심오한 존재를 가리킬 때 자주 쓰인다.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안에는 깊고 묵직한 진실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로마의 철학자와 정치인들은 수많은 말과 소란보다 침묵과 성찰을 통해 진리를 구하려 했고 이런 삶의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마커스 아우렐리우스,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 그는 전쟁터와 정치의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내면의 평정을 잃지 않았다. 그의 [명상록]은 조용한 물줄기에서 비롯된 지혜였다.


큰소리로 명령하기보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에 더 무게를 두었다. 누군가는 그의 침묵을 약함으로 오해했지만 결국 그의 고요는 세월을 지나며 더 뚜렷한 깊이로 남았다.


우리는 종종 큰 소리를 내야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 많이 말하고 자주 드러내야 주목받는 세상 속에서 고요함은 때론 외면당한다. 하지만 진짜 깊은 마음은 요란하지 않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깊은 사람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마음이 들뜨는 날엔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소란한 이유는 혹시 나 자신이 비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타인의 소음을 흉내 내기보다 내 안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흐르되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흐르며 스며드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마음을 다잡는다.


말이 줄어들수록 생각이 깊어진다. 조용한 물이 흘러간 자리에 남는 것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결국은 가장 깊은 강의 흔적이다. 조용한 힘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흐르기를 바란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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