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2
바람이 거칠게 몰아칠 때
나뭇잎은 더 요란하게 떨린다.
하지만 요동치는 순간에도
거대한 나무의 뿌리는 땅속 깊은 곳에서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다.
니시다 기타로는 말했다.
"성급함에는 반드시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침착하라."
삶은 종종 우리를 몰아세운다.
갑작스러운 비보
억울한 오해
눈앞이 캄캄해지는 실패
그럴 때 본능적으로 몸부림친다.
급히 대답하고
급히 결단하고
급히 길을 바꾸려 한다.
그러나 그런 조급함은 탁한 물속에서 길을 찾으려 발을 더 세게 굴러 진흙을 더 일으키는 것과 같다. 탁류 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니시다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혼란을 뚫고 나아가려거든
발걸음을 멈추라고
침묵 속에서 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라고
그리하여 비로소 물아래 숨어 있던 진실의 돌들을 볼 수 있다고
어려울수록 서둘지 말 것
불확실할수록 멈출 것
분노가 치밀 때일수록 침묵할 것
급히 내뱉은 말은
독이 되어 돌아오고
급히 내린 결론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성급한 손길로 꺾인 꽃은 다시 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고요히 기다린 이에게는
새벽의 빛처럼 다가오는 진실이 있다.
삶은 속도를 겨루는 경주가 아니다.
누가 가장 빠르게 도착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가장 아름답게 걷는가를 묻는 여정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고요하라.
세상이 몰아쳐도
가슴속에 조용히 깃든 샘물처럼 침착하라.
모든 것을 망치는 것은 순간이지만
모든 것을 지키는 것도 순간이다.
침착함이란 삶이 던지는 모든 질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깊은숨이다. 숨결 끝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 원하는 삶을 만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