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란 무엇인가

금기에서 해방까지

by 은파랑




한 인간이 태어나 처음 세상에 내뱉는 소리는 울음이다. 울음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발화다. 아픔, 두려움, 낯섦, 살아 있음. 언어가 생기기도 전부터 인간은 소리로 감정을 전달했다. 시간이 흐르고 언어가 생기고 문명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감정을 정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크고 거친 감정은 언어의 경계를 넘었다. 언어 너머의 언어가 욕이다.


욕은 언제나 금기였다. 금기의 가장 오래된 흔적은 고대 문명에서 발견된다. 수메르의 점토판에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사람들은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조롱을 적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신을 모독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화형에 처해졌다. 조선시대에도 임금의 이름자를 함부로 말하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욕을 했다. 금기이기에 더 강력한 욕망이 되었고 숨길수록 더 절실한 발화가 되었다. 언어학자 스티븐 핑커는 "욕은 언어의 감정 배출구"라고 말했다. 욕은 비속어가 아니라 억눌린 감정의 탈출구요 제도와 권위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기도 하다.


한 철학자는 말했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그러나 그 말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인간은 이성도 감정도 모두 가진 복잡하고 모순된 존재다. 욕은 그 모순의 정수가 아닐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때로 욕을 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가장 원초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왜 그럴까?


인문학은 인간 내면의 진실을 들여다보려 한다. 욕은 인간이 만든 언어의 음지이자 그림자다. 우리가 만든 규범과 질서의 반대편에서 욕은 살아 움직인다. 그것은 ‘해야 할 말’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다. 문명은 점잖음을 강요하지만 욕은 인간의 본성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욕은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언어일지도 모른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속에 세 가지 자아가 있다고 했다. 이드, 자아, 초자아. 그중 이드는 본능의 자아다. 욕망, 분노, 질투, 성욕. 욕은 이드의 목소리다. 초자아는 그것을 억누르고 자아는 조정하지만 때로 우리는 이드에게 지고 만다. 그래서 욕은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을 감추고 있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심리학적으로 욕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다. 실험에 따르면 욕을 내뱉을 때 통증에 대한 인내력이 높아지고, 심박수와 혈압이 안정된다고 한다. 욕은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제다. 감정을 눌러 참기보다 안전하게 방출해 주는 하나의 밸브


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맥락에서 작동하는 언어다. 어떤 사회에서 어떤 욕이 금기인지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여성의 성을 비하하는 욕이 넘쳐나는 사회는 여전히 여성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신체, 장애, 성정체성을 욕으로 삼는 사회는 차이를 존중하지 못한다.


욕은 권력의 이면에서 피어나는 저항의 언어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 운동 당시 사람들은 권위와 부조리에 욕으로 맞섰다. 영화, 노래, 거리의 낙서 속 욕설들은 불만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욕은 질서를 교란시키지만 교란 속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이 질서는 과연 정당한가?


욕은 뇌에서 어떻게 발생할까? 신경과학자들은 욕이 주로 편도체와 관련 있다고 본다. 편도체는 공포와 분노,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기관이다. 우리가 위협을 느낄 때 뇌는 ‘논리적 언어’를 만들 시간도 없이 즉각적으로 욕을 내뱉게 만든다. 이는 생존 본능의 일환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욕을 할 때 브로카 영역(말을 구성하는 뇌의 부위)이 아니라 감정적 언어와 관련된 측두엽과 변연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즉 욕은 생각의 결과라기보다는 감정의 반사다. 뇌는 때로 가장 거칠고 가장 본능적인 단어를 통해 자신을 지킨다.


오늘날, 욕은 점점 더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에 녹아들고 있다. 드라마, 예능, 소셜미디어. 어떤 욕은 더 이상 욕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물론 여전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욕을 무조건 억압하는 사회는 정직한 감정의 발화를 억누르는 사회이기도 하다.


감정의 진폭이 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거칠더라도 진짜 감정이 담긴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욕은 인간의 심연에서 피어오른 언어다. 그것은 금기였지만 지금은 해방되고 있다. 억압된 말속에는 언제나 진실이 숨어 있다.


그러니 때로는 조용히 속삭이듯 말해도 좋다.

"젠장, 그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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