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알고 관리하면 두렵지 않다

by 은파랑




당뇨병, 알고 관리하면 두렵지 않다


한때는 ‘소리 없는 죽음’이라 불리던 병, 당뇨

조용히 몸을 갉아먹으며 어느 날 문득 합병증이라는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병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안다.

두려움은 무지를 먹고 자라며 이해는 두려움을 무너뜨리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당뇨는 혈액 속 포도당이 지나치게 높아져 몸의 균형이 깨지는 질환이다.

하지만 그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의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뇨는 혈관의 이야기이자 장기의 이야기이며 결국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고


인슐린이라는 이름의 작은 조절자가 있다.

췌장에서 분비되어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해 주는 고요한 조력자

하지만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부족해지면 혈액 속 당분은 길을 잃고 방황한다.

그 결과 혈관을 상하게 하고 눈과 신장, 발끝마저도 위협받는다.


그러나 현대 의학은 오래전과 다르다.

약물, 인슐린 주사, 연속혈당측정기(CGM), 인공췌장까지

삶을 지키는 수많은 도구들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결국 치료의 키워드는 ‘관리’다.

병을 몰아내는 것이 아닌 이해하고 다독이며 동행하는 삶


포도당은 세포가 살아가기 위한 연료다.

하지만 연료는 문이 열려야 들어간다.

그 문을 여는 열쇠가 인슐린이다.

과학은 미세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밝혀왔다.


유전자는 몸에 미리 새겨진 미래다.

하지만 과학은 말한다.

유전이라는 틀조차 생활습관이라는 붓으로 다시 그릴 수 있다고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고

잠깐의 산책이라도 하루에 한 번씩 걸으며

잠을 잘 자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

이 모든 사소한 행동들이 세포 하나하나의 운명을 바꾸는 거대한 과학이다.


그래서 과학은 삶의 예술이기도 하다.

어떤 식단을 고르고 어떤 습관을 쌓아가는지가

인생의 질을 결정짓는 섬세한 과학적 조각이기 때문이다.


당뇨를 처음 진단받은 날 많은 이들이 어둠을 본다.

평생을 짊어져야 할 굴레를 선고받은 듯한 느낌

그러나 어둠 속에 오래 머무를 필요는 없다.

심리학은 말한다.

질병을 받아들이는 ‘적응’은 삶의 일부이며

마음을 돌보는 일 역시 치유의 중요한 축이라고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내 삶을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

당뇨와 싸우는 데 있어서 믿음은 약보다 더 강한 힘이 되기도 한다.

매일의 식단, 혈당 기록, 걷기 습관을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쌓아간다.

그때 당뇨는 더 이상 외부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리듬이 된다.


인슐린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21년

발견은 생명을 구한 기적이었다.

당시 당뇨병은 죽음과 거의 같은 의미였다.

그러나 한 세기 동안 인류는 이 병과 끈질기게 싸워왔다.


과거의 의사들은 인슐린이 없는 시절

단식과 저탄수화물 식이로 시간을 벌어야 했다.

환자들은 희망보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매일의 삶에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지식과 도구를 가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자란 희망의 씨앗들이다.

질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에 맞서는 지혜도 함께 진화해 왔다.


당뇨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내 몸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하루 한 끼를 의식적으로 먹고

하루 30분을 걸으며

밤엔 충분히 잠을 자고

마음을 돌보는 것


모든 소소한 노력들이 모여

당뇨를 병이 아닌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만든다.

조절은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다.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연습이 당뇨 관리를 통해 깊어진다.


그러니 당뇨는 두렵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내 몸과 마음,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조용한 친구일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그 친구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순간

당뇨는 더 이상 삶의 중심을 침범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더 건강하게, 더 단단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또 하나의 지혜가 된다.


그러니 기억하자.

알고 관리하면 당뇨는 두렵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그 덕분에 더 나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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