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들을 너무 자주 무시하며 살아간다. 피곤함을 일로 덮고 갈증을 커피로 무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를 스트레스라고만 치부한다.
그러나 몸은 기억한다. 모든 무시된 순간들을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그리고 어느 날 의사로부터 한 문장을 듣는다.
“공복혈당 수치가 좀 높습니다. 당뇨 초기일 가능성이 있어요.”
한 문장은 이전의 식탁과 습관 그리고 삶의 자세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당뇨병.
그 단어는 평범했던 일상에 찍힌 경고 도장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몸을, 삶을, 나를 다시 마주하는 기회
당뇨병은 우리의 생활 습관과 정서, 인간관계, 심리와 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회복해갈 수 있다.
당뇨병은 의학적으로 말하면 인슐린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분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는 대사성 질환이다.
하지만 본질은 생활의 흐트러짐, 생체 리듬의 왜곡, 일상의 피로가 쌓여 나타나는 몸의 언어다.
우리가 먹는 음식, 걷는 거리, 자는 시간, 스트레스를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이 당뇨병과 연결되어 있다.
의학은 당뇨를 수치로 설명하지만 삶은 그것을 느낌과 습관, 감정의 패턴으로 드러낸다.
어느 날 과거엔 아무렇지 않게 먹던 단 음식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한 채 스마트폰 불빛만 바라보고 있을 때 당뇨는 이미 문 앞에 와 있었던 것이다.
당뇨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선택들이 쌓인 결과이며
동시에 의식적인 전환으로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과정이다.
심리학은 당뇨병이 생리적 질환이 아님을 말한다.
오히려 많은 경우 스트레스와 감정 조절 능력이 혈당 조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분노나 불안이 심해지면 몸은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이 호르몬은 혈당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즉, 마음이 평안하지 않으면 몸도 쉽게 흔들리는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몸의 경고를 늦게 알아차리고 어느 순간 심리적 탈진과 함께 당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당뇨병을 극복하는 데에는 혈당계보다 먼저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왜 무의식 중에 단 음식을 찾을까?
나는 왜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늘 뒷전일까?
이러한 질문은 약보다 오래가는 해답을 품고 있다.
당뇨는 습관의 병이기에 습관으로 이겨낼 수 있는 병이다.
약을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나의 리듬’을 다시 조율하는 일이다.
식사
느리게, 단순하게, 자연으로
음식을 고르는 순간이 곧 건강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복잡한 가공식품 대신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선택하자.
설탕보다 계절의 단맛, 기름보다 시간의 깊은 맛을 담자.
먹는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인슐린의 부담은 줄어든다.
운동
무리하지 않게 그러나 꾸준하게
격한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하루 30분 산책, 계단 오르기, 틈틈이 스트레칭.
운동은 혈당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우울과 불안, 무기력감까지 함께 씻어낸다.
수면 – 회복의 시간
깊은 수면은 인슐린 민감성을 회복시키고
다음 날의 식욕과 스트레스 반응을 안정시킨다.
늦은 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침묵 속에 잠기게 하자.
감정 관리 – 나를 돌보는 시간
감정노동을 줄이고 작은 일에도 “괜찮아, 수고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정서적 자기 돌봄은
혈당 안정과 면역력 회복에 강력한 도구가 된다.
삶은 수치를 넘어서야 한다
혈당 126. 공복 110. HbA1c 6.5%.
우리는 숫자로 몸을 판단하고 수치에 일희일비한다.
하지만 진짜 건강은 수치 너머에 있다.
내가 내 몸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내 일상에 얼마나 의식적으로 머물고 있는지
그 속에서 얼마나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가
당뇨를 극복할 수 있는 진짜 기반이 된다.
우리는 습관을 바꿈으로써
몸을 되찾고 삶의 균형을 회복하며
무너졌던 자존감과 자기 돌봄의 감각까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당뇨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의 리듬을 다시 조율하는 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당뇨는 두려움이 아닌
변화와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
당뇨는 회복이 가능한 병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회복을 선택할 수 있는 병이다.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먹을 것인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걷고, 쉴 것인가,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모든 선택이 오늘의 혈당을 만들고
내일의 삶을 바꾼다.
당뇨는 내 삶을 망치러 온 손님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금만 더 천천히 살아도 괜찮아.
조금만 더 나를 사랑해도 괜찮아.”
우리는 이 병을 통해 더 건강하게, 더 깊이 있게
나를 살아낼 수 있다.
완전 정복은 그렇게 시작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