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 조용한 분노, 산골의 욕

by 은파랑




강원도의 욕은 작다.

작게 흘러나온다.

바람 속에 묻혀 들리지 않다가도

산등성이를 돌아 나지막이 들려오는 한마디에

사람은 멈춰 선다.


그 욕은 고함이 아니다.

조용한 분노다.

말보다 눈이, 욕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는 땅

그것이 강원도다.


강원도의 욕은 산처럼 묵직하다.

"그려, 참 잘했다"이라고 말하면서

눈빛은 웃지 않는다.

웃음기 없는 얼굴과 등 돌린 뒷모습

그게 다다.

그게 강원도의 '욕'이다.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모욕을 줄 수 있다는 걸

산골 사람들은 알고 있다.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

문화는 ‘두터운 기술’이라 했다.

겉으로 보기에 무표정하고 무심한 말과 행동 안에는

오랜 경험과 생존의 방식이 숨어 있다.

강원도의 욕도 그렇다.

그건 삶의 무게, 억눌린 감정, 말보다 강한 침묵이

겹겹이 쌓인 표현이다.


역사적으로도 강원도는 늘 중심에서 멀었다.

서울에서 멀고 권력에서 멀고 관심에서도 멀었다.

그래서 이 땅의 사람들은

밖으로 향하는 소리를 줄이고

안으로 꾹꾹 눌러 담는 법을 배웠다.


욕도 마찬가지다.

도발하지 않고 부드럽지도 않다.

꾸짖듯 스쳐 가듯 툭 내뱉는다.

그러나 그 말은

도시에선 들을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했다.

"분노는 때로 약자의 마지막 방어다."

강원도의 욕은 마지막 방어선처럼 들린다.

"니나 잘해라."

고요한 듯하지만 뒤로는 다 끊고 돌아서는 말

소리보다 표정, 말보다 거리감이 먼저다.


사회학적으로도 흥미롭다.

도시의 욕이 속도와 반응의 싸움이라면

강원도의 욕은 지연된 응답이다.

며칠 후 술자리에서

“그날 그 말은 좀 그렇더라”는 말로 돌아오는 늦은 응징.

그게 이곳의 방식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더 잊히지 않는다.


강원도의 욕은 산처럼 무겁고

강물처럼 오래 흐른다.

차라리 욕을 하지 않을 때가 더 무섭다.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

진짜 화가 났을 때

그들은 조용히 산을 내려간다.

그리고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무표현의 욕

그것이 강원도의 진짜 분노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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