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게으른 듯 정확한 욕

by 은파랑




충청도 욕은 느리다.

느리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

한 박자 늦게 나오지만

그 말은 곱씹을수록 아프다.


대뜸 화를 내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읊조리듯, 한숨처럼

“자슥, 참말로 가관이여.”

말끝은 늘어져도, 칼날은 숨기지 않는다.


충청도 사람들은 성격도 말투도 느긋하다지만

느긋함 속엔 단단한 선이 있다.

선을 넘으면 바로 나무라지 않고

한참 두었다가 천천히 말을 꺼낸다.


그 말엔 감정이 아니라 관찰이 묻어 있다.

욕마저도 흥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고, 정확하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말한다.

빠른 사고보다 느린 사고가 더 깊은 판단을 만든다.


충청도 욕은 바로 ‘느린 사고’에서 나온다.

곧장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마음속으로 천천히 저울질한다.

말할 필요가 없을 땐 침묵하고

할 말이 생기면 꼭 필요한 만큼만 던진다.

욕이라기보다, 교훈처럼 들리는 이유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충청도는

중앙과 지방의 사이

한반도의 허리에서 ‘중용’의 미덕을 익힌 땅이다.

세게 나서지도, 뒤로 빠지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읽고 흐름을 본다.

그래서 욕도 중용이다.

겉으로는 밋밋하지만

속엔 정교하게 감정이 계산되어 있다.


“그 양반, 뭘 그리 잘났다고 나대는겨.”

한마디면 충분하다.


더 말하지 않는다.

한 문장 안에 비꼼도, 질책도, 정리도 다 들어 있다.


언어학자들은 충청도 사투리를 ‘편평 어조’라 부른다.

억양의 굴곡이 작아

어디서 감정이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심한 말투가 만들어내는 긴장

그게 충청도 욕의 미학이다.


욕은 느리게 와서, 오래 남는다.

도시의 욕이 반응이라면

충청도의 욕은 해석이다.

마음속에서 천천히 가라앉다가

마침내 적절한 순간에

게으른 듯 툭. 내뱉어진다.


충청도의 욕은 불같지 않다.

그러나 한 번 불붙으면

쉽게 꺼지지도 않는다.

말끝이 무뎌 보여도

사람의 중심을 찌른다.


느려도 정확한 말

게으른 듯하지만 비켜가지 않는 욕

그것이 충청도다.

그곳의 말은

결국 사람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날아간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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