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람은 감정에 먼저 휘둘리지 않는다.
화를 내기도 전에, 할 일을 먼저 한다.
욕보다 땀이 먼저이고
한숨보다 일손이 앞선다.
이곳의 욕은 그래서 느리다.
먼저 올라오는 건 분노가 아니라 체념
체념 속에서
툭, 하고 내뱉는 말 한마디.
“참 별 꼴이야.”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게 다다.
이곳의 욕에는 감정보다 사는 법이 녹아 있다.
어릴 적부터 산을 넘고, 눈을 치우고
황토밭에 감자를 심으며 배운 것들
삶은 참을성이고, 참을성은 곧 품위였다.
욕은 필요할 때만 쓰는 칼처럼
마지막까지 꺼내지 않는다.
강하게 내지르지 않고
마음속에서 오래 씹어낸 뒤에
소리 없이, 숨처럼 흘려보낸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행동은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감정의 원인이다”라고 했다.
강원도에서는 바로 그 반대의 삶이 이어져왔다.
화를 내기 전에
괭이를 들고 밭으로 나가고
슬픔이 올 틈도 없이
아침이면 다시 산으로 향한다.
욕을 삼키는 게 미덕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다.
사회학적으로도 이곳은
‘고립된 연결성’을 지닌 땅이다.
마을은 서로 멀지만, 정은 깊다.
그래서 대놓고 욕을 하면
그 말은 산을 타고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그 양반 그랬다더라”는 말 한 줄이
몇 날 며칠을 살아서 흐르기 때문에
말은 조심하고, 욕은 아낀다.
그리고 대신, 사람은 행동으로 답한다.
강원도의 욕은 그래서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삶의 그림자다.
“속 터져 죽겄네.”
그 말 뒤엔 이미
속을 다 비우고 돌아선 사람의 등이 있다.
서울이 말로 앞서는 도시라면
강원도는 침묵으로 앞서는 땅이다.
말로 감정을 흩뜨리기보다는
몸으로 묵묵히 삶을 매만지는 곳
그래서 이곳의 욕은 거칠지 않고
그래서 더 깊다.
강원도 욕은 감정이 아니라
삶을 견딘 시간의 무늬다.
무늬는 결코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쌓인다.
그리고, 오래 남는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