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찜닭

간장의 강물 위에 피어난 풍류

by 은파랑




안동은 말이 적은 도시다.

말 대신 풍류가 흐르고

절제된 격이 밥상 위에 오른다.

밥상 한가운데

검붉은 윤기를 낸 채 조용히 놓인 한 그릇

안동 찜닭이다.


찜닭은 말이 없다.

진한 간장 향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짭조름하게, 달큼하게, 은근하게

맛의 결은 격정 대신 인내와 조화를 품고 있다.


닭고기와 당면, 감자, 당근, 파, 마늘, 고추

흔한 재료들이

안동 간장이라는 소스의 강물에

졸졸졸 끓고 또 끓으며

서로의 결을 읽어내는 시간


부드럽고도 쫄깃한 살결

입 안에서 미끄러지는 당면의 끈기

감자의 포근함과 고추의 알싸한 날카로움


모든 것이

한 솥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찜닭은 기름지지 않다.

그러나 절대 가볍지도 않다.

그건 안동이라는 도시가 가진

기품과도 닮았다.


조심조심 불 조절을 하며

자작자작 간장이 배어들고

한 번 뒤집을 때마다

닭고기의 표면엔 반들반들 윤이 맺힌다.


먹는 이의 입가에

침묵과 미소가 동시에 흐른다.


찜닭은 전통 있는 양반 도시 안동 구시장에서 태어났다.

닭찜을 먹으러 온 손님들에게

좀 더 빠르게

좀 더 푸짐하게 내어주기 위해

한 솥에 졸여낸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빠름 속에서 깊은 맛이 우러났고

푸짐함 속에 단아함이 담기게 되었다.


그래서 찜닭은

서민의 밥이면서도

한양에 올라가도

모자람이 없는 맛이 되었다.


안동 찜닭은

빠른 입맛을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기다림 속에서 진해지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맛


삶이 그러하듯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고 부딪치고

끝내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될 때

우리는 그것을 맛있다고 부른다.


안동 찜닭 한 그릇 앞에 앉으면

소리 없이 흐르는 간장빛 강물 속에서

우리는 음식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마음은 절제되었지만 깊고

단정하지만 풍성하다.


그것이 안동이

그리고 찜닭이 우리에게 전하는

조용한 풍류의 시 한 편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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