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인드 02화

인정욕구의 날씨

by 은파랑




아침마다 손바닥을 뒤집듯 마음의 하늘이 바뀐다.


맑음: 누군가의 미소, 칭찬 한 줄

흐림: 읽씹된 메시지, 박수 없는 수고


인정욕구는 이렇게 마음의 일기예보를 좌우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말한다. 인정은 공기처럼 필요하지만 산소통에 의존하듯 살 필요는 없다.


인정욕구는 소속과 유대의 본능에서 자란다. 우리는 타인의 눈을 통해 내 존재의 윤곽을 확인하는 사회적 존재다. 비교의 시선과 잘했다는 표식이 도파민의 작은 불꽃을 일으키면 뇌는 그 경로를 “다시” 찾는다. 좋아요와 박수는 즉효성 진통제다. 아프면 낫고 싶으니까 우리는 더 찾는다.


박수는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물러간다.

남는 건 모래 위의 발자국, 내가 실제로 걸어온 거리.


문제는 조건부 자기 가치다. “사람들이 좋아하면 나는 괜찮아.” 이 프레임은 완벽주의와 불안을 동반한다. 실수 하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훼손하는 듯 느껴지고 타인의 기준이 나의 나침반이 된다. 계속해서 더 큰 자극을 찾아야 하니 기쁨은 짧고 소진은 길다.


반대로 내적 기준은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했는가”를 묻는다. 결과의 박수보다 과정의 일치, 가치와 행동이 맞닿을 때 생기는 조용한 자존감이다. 인정은 여전히 달콤하지만 더는 생존 음식이 아니다. 디저트다.


어릴 적 “넌 착해서 사랑해”와 “네가 A를 받아서 사랑해”는 전혀 다른 언어다. 전자는 존재 기반의 안정감, 후자는 성취 기반의 긴장감을 심는다. 게다가 간헐적 칭찬은 변동강화가 되어 중독성을 높인다. 그러나 뿌리는 운명이 아니다. 성인은 관계를 새로 배우고 자기와의 대화를 다시 쓸 수 있다. 뇌의 길은 걸을수록 난다.


오래된 문장 위에 새 문장을 포개어 쓴다.

“잘해야 사랑받아”에서

“살아있으니 소중해”.


인정욕구는 우리를 인상관리로 유혹한다. 보이는 나를 다듬어 호감 점수를 올리는 전략. 사회생활에 필요하지만 과하면 피상성과 공허를 낳는다. 반대편에는 진정성이 있다. 가치에 맞춰 말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불편한 경계를 말로 세우는 용기다. 진정성은 박수의 총량을 줄일 수 있으나 관계의 밀도를 높인다. 마음의 영양은 양이 아니라 밀도에서 온다.


마음을 돌보는 기술이 있다

자기 자비 3 문장이다.


“지금 이건 아프다.” (사실 인식)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다.” (공통 인간성)

“친한 친구에게 하듯 나에게 말하자.” (친절한 처방)


“인정받아야 가치 있어” 에서 “인정은 좋지만 가치는 이미 있다.” 정체성에 박힌 서술을 사건으로 낮추면 숨이 트인다.


지갑에 한 줄로 적는다. “오늘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정직/성실/배려/탐구)….” 밤마다 오늘의 행동 한 가지를 가치와 연결해 기록한다. 뇌는 증거를 보고 믿음을 만든다.


“그건 어렵습니다. 대신 이렇게는 가능해요.” 경계는 이별의 신호가 아니라 관계를 오래 가게 하는 윤활유다.


부정성 편향은 나쁜 하나가 좋은 다섯을 덮게 한다. 의도적으로 “오늘의 작은 옳음 3개”를 적어 균형을 맞춘다.


소셜의 확인 간격을 늘리고 창작 전 소비를 제한한다. 만들어낸 것의 양을 본 후에 남의 것을 본다. 순서를 바꾸면 비교가 창작을 삼키지 못한다.


하루 혹은 반나절, 칭찬·피드백·알림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대신 가치 기반 행동만 수행해 본다. 박수 없이도 움직인 한 시간이 내적 추진력의 근육을 만든다.


인정욕구를 없애려 하지 말자. 그것은 인간다움의 일부다. 대신 조절하자. 필요할 땐 구하고 필요 없을 땐 떠나보내는 손의 힘을 키우자. 거절을 배워도 마음은 아프다. 아픔은 실패가 아니다. 회복의 시작이다.


바람은 깃발을 펄럭이게 할 뿐

깃발의 의미를 정하진 못한다.

오늘의 나는 바람을 읽되

방향은 내가 정한다.


오늘 나는 박수의 수를 줄이고

고요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마음의 장부에는 분명히 남는다.

“가치에 맞게 한 걸음.”


내일 또 흔들리겠지만

흔들림은 쓰러짐이 아니다.

나는 파도 위에서도 노를 젓는 법을 배운다.

물살은 세고, 팔은 작지만

노는 내 손에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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