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시간의 조각
경주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지 않는 도시다. 돌은 오래 버티고 기와는 바람을 기억하며 사람의 발걸음마저 조금 느려진다. 이곳에서는 지금이 아니라 오래됨이 현재가 된다
한과는 한 입 크기의 조각 안에 시간이 층층이 쌓여 있다. 기름에 튀겨 부풀리고, 조청을 입혀 말리고
다시 굳히는 과정. 이런 모든 기다림이 바삭한 식감으로 남는다.
한과는 화려해 보이지만 구성은 의외로 단순하다. 찹쌀로 만든 반죽, 조청 혹은 꿀, 참기름, 식용유, 때로는 깨, 콩가루다. 많이 넣지 않는다. 대신 시간을 넣는다. 단맛도 과하지 않다. 입 안에서 천천히 퍼지도록 조절된 sweetness다.
이를 대는 순간 바삭하게 공기가 부서지듯 가볍게 깨지고 곧이어 사르르 입 안에서 녹아내린다. 조청의 단맛은 툭 치고 올라오지 않는다. 대신 은은하게 뒤에서 오래 머문다. 이 맛은 강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래 잊히지 않는다.
한과는 귀한 자리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제례와 궁중 그리고 사찰의 공양의 음식이다.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공간에서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한과는 조용하다. 요란하게 부서지지 않고 천천히 사라진다. 경주라는 도시와 닮아 있다. 과거가 크게 말하지 않듯 한과도 소리 없이 깊어진다.
경주의 한과를 먹는다는 것은 안에 담긴 시간을 씹는 일이다. 바삭한 소리는 지나간 세월의 잔향이고 사르르 녹아내림은 기억이 부드럽게 남는 방식이다. 한과는 말한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보다
천천히 남는 것이 더 깊다. 경주의 한과는 시간의 결을 먹는 경험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