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닭갈비

불과 함께 끓는 맛

by 은파랑


춘천의 공기는 어딘가 따뜻하다. 호수의 물결은 잔잔하고 산은 주변을 감싸며 도시를 품는다. 중심에서 가장 뜨거운 것은 철판 위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같은 불을 바라보며 익혀가는 음식, 닭갈비다. 이곳의 시간은 불꽃과 함께 살아난다.

철판 위에 올려지는 순간, 지글지글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양념에 버무려진 닭고기와 채소들이 서로 부딪히며 향은 점점 짙어진다. 닭고기는 쫄깃쫄깃, 양념은 매콤 달콤하게 입안을 자극한다. 양배추는 아삭, 고구마는 포근하게 단맛을 더한다. 불이 강해질수록 맛도 깊어진다.마지막에 남은 양념에 밥을 볶으면 고슬고슬하면서도 고소한 또 다른 한 끼가 완성된다. 이 음식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정 전체가 하나의 식사다.

춘천 닭갈비는 단순하지만 조화롭다. 닭고기, 고추장 양념, 양배추, 고구마, 떡 그리고 때로는 치즈다. 각 재료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철판 위에서 서로 섞이며 하나의 맛으로 완성된다. 특히 양념은 핵심이다. 고추장의 매운맛과 단맛, 마늘의 향이 더해져 전체를 끌어간다.

춘천 닭갈비는 1960년대 비교적 저렴한 닭고기를 활용해 만들어진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를 구워 먹기 부담스러웠던 시절, 양념과 채소를 더해 철판에 볶아 먹던 방식이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그래서 이 음식에는 함께 먹는 자리의 기억이 담겨 있다.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이 모여야 완성되는 음식이다.

춘천 닭갈비는 완성된 상태로 나오지 않는다. 눈앞에서 함께 만들어진다. 뒤집고, 섞고,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대화가 오간다. 불 위에서 음식이 익어가듯 사람 사이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 음식은 말한다.ㅈ좋은 것은 함께 만들어갈 때 더 맛있어진다. 그리고 과정이 이미 충분한 의미다. 춘천의 닭갈비는 그렇게 남는다. 뜨겁게 그리고 함께 남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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