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식탁이다
완도의 바다는 맑다. 수면 아래까지 들여다보일 듯한 투명함, 그 속에서 자라는 생명은 더 단단해진다. 거친 파도를 견디며 바위에 붙어 살아가는 것.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이름, 전복이다. 이곳에서는 바다가 곧 식탁이다.
전복은 서두르지 않는다. 손에 들면 단단하고 입에 넣으면 쫀득쫀득하게 씹히며 점점 부드러워진다. 회로 먹으면 담백하게 바다의 맛이 또렷하게 올라오고 버터에 구우면 고소하게 깊은 풍미가 더해진다. 전복죽으로 끓이면 부드르르 속을 감싸듯 편안하게 퍼진다. 이 재료는 하나의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완도 전복의 핵심은 환경이다. 깨끗한 해역과 풍부한 해조류 그리고 일정한 수온이 완도 전복을 만든다. 이런 조건 속에서 자란 전복은 살이 단단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해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여겨졌다. 이 음식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 바다 자체가 이미 완성된 재료이기 때문이다.
전복은 과거 왕에게 올리던 귀한 식재료였다. 그만큼 얻기 어렵고 가치가 높은 음식이었다. 완도는 이러한 전복의 주요 산지로 자리 잡으며
이 귀한 재료를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음식에는 귀함과 일상이 동시에 담겨 있다.
전복은 쉽게 자라지 않는다. 오랜 시간 바위에 붙어 버티며 살아간다. 그래서 맛은 단단하다. 그리고 단단함 속에서 우리는 부드러움을 발견한다. 이 음식은 말한다. 견딘 시간은 결국 깊이가 된다. 그리고 깊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완도의 전복은 그렇게 남는다. 단단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남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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