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그는 인간의 영혼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지는 자였고 누구보다 인간의 어둠을 사랑했고 어둠 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빛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스토옙스키는 고통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안에서 글을 썼다.
그에게 문장은 고백이었고 소설은 참회였으며
그가 세상에 남긴 작품은 치열한 내면의 기록이었다.
그는 이해받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죄책감과 구원을 믿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끝내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모든 인간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
1849년 12월 차디찬 겨울
도스토옙스키는 반정부 모임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총살형 집행장을 끌려가 눈가리개를 쓰고
차디찬 총구 앞에서 마지막 기도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형 집행 중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죽음을 경험한 뒤 살아남은 사람이 되었다.
그날 이후 그의 글은 달라졌다.
그의 문장은 생의 마지막을 경험한 자의 깊이를 가졌고
인간 내면의 균열과 구원의 가능성에 더 집요하게 매달렸다.
<죄와 벌>은 그가 살아 돌아온 삶에서 써낸 생존의 절규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격렬한 성찰이었다.
<죄와 벌>은 살인 얘기가 아니다. 이 소설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죄를 짓고 벌을 받는 메커니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더 아프며 더 희망적인 존재라는 것을 말한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만의 윤리를 만들어
세상과 맞서 싸우지만 그가 끝내 마주하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양심이다.
그 양심의 목소리가 그를 괴롭히고 무너뜨리고 결국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는 벌을 받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벌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진짜 벌은 감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의 깊이에 있다는 것을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잘못은 세상의 법보다 더 깊은 마음의 법에서 출발한다.
<죄와 벌>은 죄를 지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자기 안의 정의와 윤리 그리고 사랑을 놓지 않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지고 또 일어서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라스콜리니코프의 그림자를 안고 산다.
세상은 늘 흑백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우리는 옳고 그름의 경계 위에서 매일 조금씩 스스로를 심판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말한다.
구원은 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용서라는 이름으로
가장 비참한 순간에도 찾아올 수 있다.
죄는 손에 묻지 않는다
심장에 꿈에 고요한 밤에 묻는다
벌은 감옥이 아니다
침묵 속에 들려오는 내 양심의 목소리
"넌 그때 왜 그랬니" 묻는 것
구원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한 사람의 눈빛, 한 줄의 눈물 그리고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랑
나는 죄를 지었지만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의 벌은 나를 다시 사람으로 만드는 고요한 불꽃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