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리스본] 리스본에서 새해를 (1)
2018년의 마지막 날과 2019년의 첫째 날은 리스본에서 보내게 되었다.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인 도시로, 포르투보다 규모가 큰 도시다. 포르투가 취향인 사람들은 리스본에 큰 감흥이 없다고 하고, 리스본이 취향인 사람들은 포르투가 작고 그닥 할 것이 없다는 평을 내놓을 정도로 두 도시는 꽤나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여행지였던 포르투가 맘에 쏙 들었던 나는 리스본이 내 취향에 안 맞으면 어떡하나 괜스레 걱정을 하며 리스본행 기차에 올랐다.
리스본 산타 아폴로냐(Santa Apolonia) 역에 내려 우버를 타고 미리 예약해둔 호스텔로 향했다. 이번 우버에서도 리스본이라는 도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리스본은 언덕이 참 많은 도시다. 그리고 그 언덕이 꽤나 가파르기 때문에 포르투처럼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골목탐방을 하기엔 힘들 수 있다는 것이 우버 기사님의 의견. 그리고 리스본의 대표 광장 중 하나인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새해맞이 파티 준비에 한창이라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오호라. 사람이 붐비는 곳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뭔가 2019년은 시끌벅적하게 맞이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텔을 가는 길에 만난 리스본은 굉장히 활기찼다. 포르투보다는 큼직큼직한 도시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리스본의 건물들과 골목들은 리스본만의 분위기가 확연했고, 이것 참 리스본마저 내 취향이었다. 리스본이 맘에 안 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이윽고 호스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연말이라 문을 닫는 식당이 많아 구글맵에서 평점이 꽤 좋은 중국집을 가기로 했다. 식당은 리스본의 차이나타운 같은(?) 지역에 있었다. 식사 시간이 꽤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안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 그러나 동양인은 주인 내외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현지인 맛집인가 기대되는 순간! – 겨우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중국에서 유학하며 습득한 생활 중국어로 입을 여니 주문을 받던 중국인 사장님은 꽤나 신기해하시며 반가워하셨다. 그렇게 요리 주문을 하고 메뉴에 있던 칭다오 맥주를 한 병 시켜 들이켰다. 포르투갈에서 칭다오라니! 예상하지도 못한 조합이다. 이렇게 또 한 번 위아 더 월드를 느낀다.
밥은 정말 맛있었다. 계란 볶음밥, 마파두부, 탕수육, 그리고 새우 딤섬을 시켰는데 하나같이 정말 맛있었다. 양은 말도 안 되게 많고, 양에 비해 가격은 착했다. 아주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고 계산을 하며 중국어로 ‘新年快乐’ 하고 새해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활짝 웃으며 우리에게 정말 꽉 찬 한 줌의 사탕을 건네주셨다. 리스본에서 중국어로 새해인사를 나누는 순간이 내 인생에 올 거라고 10년 전 중국어 공부를 하던 나는 꿈에도 몰랐을 일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재미있는 2018년이다.
늦은 점심을 야무지게 먹고 나서 리스본에 오면 꼭 들린다는 원조 에그타르트집으로 향했다. 벨렘 지구에 있는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인데, 줄이 어마어마했다. 개인적으로 포르투에서 먹은 에그타르트가 더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이 집은 사진 하나만 투척하고 여기서 마치겠다. 포장 줄이 어마어마하다면 식당 안에 들어가서 먹는 것도 추천. 안에서 먹을 것을 주문하면서 포장해갈 것도 함께 주문할 수 있다.
호스텔에서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다가 멕시코에서 온 한 커플을 만났다. 한국에서 프라하를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된 우리의 이야기와, 멕시코에서 아일랜드를 거쳐 이곳에 오게 된 그들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꽤나 친해지게 되었다. 서로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나라에 방문할 때 가이드가 되어 주겠다며 좋은 인연을 만들었다. 여행을 하며 새로운 인연을 쌓고,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렇게 그들과 밤새 여행에서 연애까지 별별 이야기를 나누며 12월 30일을 마무리했다.
세상은 끝없이 넓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좁다.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제3의 언어로 다른 나라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보편적인 일은 아니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더라. 포르투갈에서 중국 맥주를 마시며 중국어로 새해 인사를 나누고, 영국, 멕시코,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하며 미국 맥주를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