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쉐프샤우엔] 파란 나라를 보았니?
탕헤르에서 하루를 묵고, 스머프 마을로 유명한 쉐프샤우엔을 향해 떠났다. 이 도시가 왜 스머프 마을로 불리냐 하면 이 곳은 온통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탕헤르에서 쉐프샤우엔으로 가는 방법은 버스 혹은 택시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택시는 보통 택시정류장에서 여러 명이 모여 합승을 하고 가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갓 대학교를 졸업하고 졸업여행을 온 홍콩 학생들 3명과 함께 가게 되었는데, 이게 참 손끝만 스쳐도 우연이라고 하더니 나중에 다른 도시에서 이들과 또 마주치게 된다.
택시를 타고 쉐프샤우엔까지는 3시간 정도.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쉐프샤우엔이 왜 스머프 마을이라 불리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올 수 있지만, 발품을 팔아 당일에 구하면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조금 고생해보기로 했다. 미리 검색해본 평 좋은 숙소에 먼저 들렀는데, 역시나 좋은 곳은 이미 꽉 차 있었다. 다행히 그곳에서 추천해준 다른 숙소는 자리가 있어 (심지어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6인실을 2인실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별 고생을 하지 않고 좋은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쉐프샤우엔도 다른 모로코 도시처럼 메디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로 같은 골목골목이 온통 푸른 빛깔이라 정말 스머프 마을, 파란 나라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골목을 걷는 발걸음이 괜히 가벼워졌다. 어떤 골목은 바닷속 세상 같기도 하고, 또 다른 골목은 구름 위 세상 같기도 하고. 마음 깊은 곳에 눈곱만큼 남아있던 동심이 마구마구 피어 솟아나는 순간이었다. 골목을 걷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아무 골목에 들어가도 그 골목 속 세상에서 펼쳐지는 또 새로운 광경에 감탄을 하며 두리번두리번거렸다. 분명 같은 푸른빛으로 칠해져 있는 길인데, 느낌이 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골목 없나 오히려 골목을 찾아다녔다.
쉐프샤우엔은 푸른 빛깔의 골목 말고도 또 하나 볼거리가 있는데 (주관적임) 바로 수많은 길고양이다. 골목골목 늘어져 있는 길고양이들은 어찌나 귀엽던지. 온통 파란 세상 속 길바닥에 누워 혓바닥을 낼름낼름하며 몸단장(?)을 하는 고양이들은 쉐프샤우엔의 동화 감성을 한층 더 올려주는 데에 한몫했다. 심지어 이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아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
쉐프샤우엔 골목대장이 되어 신나게 골목을 누비고 나면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동요 하나가 생각이 난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
저 무지개 너머 파란 나라 있나요
저 파란 하늘 끝에 거기 있나요
…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
-파란 나라-
찌르찌르의 파랑새,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이 등장하는 동요 ‘파란 나라’. 어릴 적 머릿속에 파란 나라를 열심히 그려가며 불렀던 동요였는데, 쉐프샤우엔이 아무래도 그 ‘파란 나라’ 같았다. 상상 속에서만 만나던 파란 나라. 어른이 되어 드디어 만난 파란 나라. 그 속에선 마치 어린아이처럼 지나가는 낙엽에도 웃음이 나왔고, 마냥 들떠 신이 났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감정이었다. 정말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다시 만난 시간이었다.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
지금 내가 이 곳에 와있다.
스물여덟이 되어 아무 곳에도 얽매이지 않은 지금 이 순간 이 곳을 만나 다행이고 참 감사했다. 나의 파란 나라 쉐프샤우엔. 한국에 돌아가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또 다른 언덕을 만나게 될 때 이 곳에서의 추억은 내게 언덕을 올라갈 힘을 주는 박카스가 되어줄 것만 같다. 정말이지 그만큼 놀랍고 즐거운 여행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