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나를 놓치지 않겠다.

by 이생각

휩쓸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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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호주를 거쳐 한국으로 이사 온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사람의 인생은 나이에 맞는 속도로 흐른다고 했던가요. 31km/h의 속도가 이렇게 빨랐던가 싶습니다. 하긴, 자전거로 저 속도면 엄청난 속도긴 합니다.


들어오자마자 참 많이 바빴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웠던 결혼비자 (아직도 해결이...), 휑 하니 비어있는 방에 각종 가구와 살림살이를 채우는 일, 한국에 있을 동안 쓸 중고차 고르고 사기, 언제 다시 모일 수 있을지 모를 친구들과의 일본 여행, 아무리 무직 백수에 하루빨리 자리 잡고 돈을 벌어야 한다 하더라도 꼭 가고 싶어 생에 처음 혼자 다녀온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지난 두 달이 어디로 사라졌나 싶다가도 그간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니 납득이 갑니다.


영국을 떠나 한국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가장 우려했던 건, 한국의 비교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문화에 혹여 나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어릴 때에야 뭐 혼자에, 패기 넘치고, 책임질 일도 많이 없었어서 씩씩하게 잘 버텼다지만, 더 알게 된 만큼 현실을 더 매섭게 마주하고 있는 지금 30대의 나는 나를 과연 잘 붙잡고 있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돈 외모 명예로 나를 그리고 남을 서열 매기고 있지는 않을지 솔직히 무섭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괜찮습니다. 그리고 매일 매 순간 내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나를 놓치지 않으려 계속해서 마음을 다 잡고 있습니다. 사실 간만에 다시 글을 쓰는 이유도 나를 붙잡기 위해서 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지키려고.



걔는 연봉이 벌써 엄청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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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무개는 이번에 팀장이 돼서 연봉이 얼마네, 아랫집 이모네 아들은 벌써 애가 둘에 서울 어디에 집을 샀다네, 누구는 코인이 얼마가 뛰어서 재산이 몇 억으로 불었다더라, 거 딸내미는 이번에 의사가 됐다 하네. 영국에 살며 1년에 몇 번 들을까 말까 했던 얘기들을 매일 사람들에게 또는 뉴스로 보고 듣고 있자니 아니 저도 사람인지라 괜스레 불안해지고 조급해지는 게 없잖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내 마음에 싸대기를 살짝 갈겨주고 되새깁니다.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하나, 옆동네 100억 아주머니네 보다 저녁 쉼터에서 삼겹살 구워먹으며 하하 호호 웃는 우리 가족이 더 즐거운걸. 시간이 아무리 많으면 뭐 하나, 사업으로 건물주가 되어할 일 없는 아저씨 늘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는 걸. 남에게 뽐낼 수 있는 직장에 다니면 뭐 하나 일과 스트레스에 쫓겨 매일 뜨는 예쁜 구름 한 점, 지는 노을 하나 마음 편히 즐길 수 없는 걸.


돈? 많으면 좋지. 시간? 남아돌면 너무 좋지. 그래도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거니까. 나는 내 인생 행복하게,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즐거운 시간 보내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새로운 걸 배우고, 종종 콧구멍에 신선한 바람도 넣어주고, 여유롭게 사색도 하는 그럼 삶을 살련다.



언제 왔다 언제 갈지 모를 인생. 나중 타령하다 관짝에서 편히 허리피고 눕지 못할지도 모르잖습니까. 내일도 오늘처럼만 후회하지 않게 하루 보내면, 그거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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