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862 겨울비 우산 속
갈림길에서
비 소식이 있어서
창밖을 내다봅니다
길 건너 초등학교 운동장이
촉촉 비에 젖고 있어요
아이들이 겨울방학에 들어가
텅 빈 채 소리도 없던 운동장가에
조금씩 남아 있던 눈의 흔적이
이 비에 녹아 흐르겠지요
눈이 오면 눈길 걱정
비가 오면 빗길 걱정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즐겁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분위기 좋은
어리고 철없던 날들은
이제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니
빗소리에 운동장이 짓무르듯이
마음도 질퍽해집니다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학자인
양주(楊珠)라는 분이 갈림길에서
울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양주읍기(楊珠泣岐)라는 고사성어인데요
양주(楊珠)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길을 보고
소리 내어 울었답니다
동쪽으로 갈 수도 있고
정반대인 서쪽으로도 갈 수 있으니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은
방향을 잃고 잘못된 길로 갈 수 있어
참된 길을 찾기가 어려워 근심하고 걱정하다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는 거죠
갈림길에서 갈라지듯이
사람도 근본이 같을지라도
마음 쓰는 데 따라 착한 사람도 되고
몹쓸 사람도 된다는 의미랍니다
양주(楊珠)는 장자의 스승이라고 해요
그의 사상은 위험하다고 해서
그에 관한 자료는 거의 남겨지지 않았다고 하죠
노자 열자 양주 장자로 이어진다는데
어딘가 까칠한 구석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겨울비 우산 속 빗길 이야기가
살짝 옆으로 새기는 했으나
빗길이든 눈길이든 갈림길이든
세상 모든 인생길이란
누구에게나 참 어려운 것이라
술과 달의 시인 이백도
'행로난(行路難)'에서
'가는 길 어려워라
가는 길 어려워
갈림길도 많은데
나는 지금 어드메인가'라고
읊었다고 해요
'행로난(行路難)'은 민요였다는데요
문인들이 그 내용을 모방하여
인생길의 어려움을 노래했답니다
다시 창밖을 내다봅니다
금방 어두워지는 창밖에
겨울비 푸슬푸슬
기분도 멜랑꼴리
마음은 추적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