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27 사랑과 우정의 품격

영화 '그린북'

by eunring

그린북을 아시나요?

영화의 제목 '그린북'은

오래전 미국 남부지방에서

유색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음식점과 숙박시설을

안내해주는 가이드북이랍니다


셜리와 토니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는

첫 만남에서부터 티격태격하게 되죠

생각이며 말투 행동과 취향이 다르고

피부색까지도 완전 다른

바른생활 사나이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와

다혈질에다가 반칙을 밥 먹듯 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운전기사 토니

두 남자의 각별한 우정 이야기랍니다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이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사랑과 우정의 품격이 담겨 있죠


때는 바야흐로 1962년

장소는 미국입니다

유색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던 시기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로

8주간의 순회공연을 떠나기 위해

말보다 주먹이 먼저인 토니(비고 모텐슨)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고용합니다


순회공연을 시작하기 전

토니는 셜리의 공연 기획사에서

그린북을 받게 됩니다


인종 차별이 유난히 심한

남부 순회공연은 순조롭지 않아요

흑인은 정장을 사기 전에 입어보면 안 된다며

면전에서 거절을 당하기도 하지만

빗길에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토니에게

모욕적인 말을 던진 경찰을 폭행하고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기도 하는 토니에게

셜리가 차분히 말합니다


'나는 평생 그런 취급을 받았는데

당신은 어찌 하루를 못 참습니까?'

폭력으로는 이길 수 없고

품위를 지킬 때만 이길 수 있다고

품격만이 언제나 이긴다는

셜리의 말이 백번 옳습니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요


마지막 크리스마스 공연은 호텔입니다

손님 400여 명이 공연을 기다리고

셜리는 음식을 기다리는데

레스토랑에서 흑인은 식사할 수 없다고 하죠

공연 스텝들과 관객들은 식사를 하지만

정작 연주자 셜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안 된답니다

세상에 이런 경우가~


대기실도 창고를 쓰라고 내주고

화장실도 실내 화장실은 안 되는 상황에서

토니가 원하면 연주는 하겠다는 셜리에게

여기서 나가자고 호텔에서 뛰쳐나와

흑인들도 출입 가능한 클럽에서

두 사람은 저녁을 먹어요


옷 잘 빼입었다며 무슨 일 하느냐고

종업원이 묻자 셜리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옷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덧붙입니다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셜리에게 대답하라고 토니가 말하자

보여달라며 피아노를 가리키는

종업원의 부탁을 선뜻 받아들이는

셜리 멋져요


낡은 피아노 앞에 앉아

멋지고 즐겁게 연주하고 박수를 받으며

공연단과 함께 즉석에서 신나게

재즈 연주까지 해 내는 셜리의 표정은

어느 때보나도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눈 내리는 겨울밤을 달리는 두 사람은

자동차 바퀴에 바람 빠진 것을 알려주는

친절한 경찰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뉴욕으로 합니다


졸음 때문에 운전할 수 없다는 토니 대신

셜리가 운전을 해서 집까지 바래다줍니다

'작지만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기 바란다'는

노래가 크리스마스이브를 따뜻하게 밝히죠


셜리의 대사가 안타까워요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뭐죠?'


함께 공연하는 올레그의 말에 의하면

'세상을 바꾸는 건

천재성만으로 충분하지 않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용기가 있어야 해요'

셜리가 위험한 남부 순회공연을

자청한 이유가 바로 용기랍니다

편견의 벽을 깨뜨리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래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방식에 적응하며

절친이 되어가는 두 사람의 우정이

아름답고 흐뭇하고 따뜻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용기로부터

모든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죠


엔딩 자막으로

토니와 셜리는 2013년 몇 달 차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친하게 지냈다는군요

사랑과 우정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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