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26 수줍은 그대의 사랑
작약의 수줍음은 사랑입니다
꽃 중의 꽃 모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면
모란을 닮은 자매꽃
작약이 뒤이어 피어납니다
모란은 꽃나무이고
작약은 여러 해 살이 풀인데
모란이 질 때는 꽃잎이 뚝뚝
한꺼번에 후드득 떨어지고
작약은 꽃송이째로 진답니다
작약의 향기가 모란보다
조금 더 진하고 장미처럼 달콤해서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향기를
작약의 향기라 표현하기도 한다죠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라는
소녀스러운 꽃말을 가진 작약은
방울방울 동그란 꽃망울일 때가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활짝 피어나면 얼굴이 크고
풍성한 함박꽃이 되지만
꽃의 크기도 모란을 앞서지는 않죠
아무래도 작약은 모란의 아우꽃 같아요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 걸으면 백합'이라고
가지가 나뉘지 않고 반듯하게 자라는 작약은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미인에 비유된답니다
미인은 앉으나 서나 걸으나 곱다는 의미겠죠
예쁘면 다 용서가 되니까요
작약은 피오니(Peony)라고도 부르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작약을 약초로 사용한
치유의 신 파에온(Paeon)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치유의 신 파에온이 등장하여
작약 뿌리로 상처를 치료했다고 전해집니다
예쁘고 아름다운데 치유의 힘까지 가진
작약은 우아하고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멀리까지 날아가서
향수로 쓰이기도 하고
활짝 피면 우아하고 화려해서
부케로도 많이 쓰인답니다
백작약 적작약 호작약 참작약 등
품종이 다양하고 꽃의 색깔도 다채롭게
오월의 한복판을 눈부시게 밝히는 꽃이라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떡케이크에
탐스러운 앙금 꽃으로도 얹히고
시폰 케이크에도 화사하게 피어나
사랑스러운 작약 케이크가 되기도 해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산속의 장미라 부르는 작약은
독일어로 '핑스트로스(pfingstrose)'
성령강림절의 장미라는 뜻이래요
프랑스에서는 작약을
성모의 장미라고 부른답니다
가시가 없는 장미라 불리는 작약은
장미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없어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자애로운 꽃이라
성모 마리아의 꽃으로 그려졌다고 해요
프랑스 화가 마르틴 숀가우어가 그린
'장미울타리 안의 마리아'에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붉은 옷의 성모 마리아 뒤로
화려한 작약 울타리가 보인답니다
장미와 백합과 함께
성모 마리아를 위한 꽃으로
성모 마리아 그림에 그려지는
기품 있고 성스러운 꽃 작약은
5월 축제에서 성모 마리아를 기리는
제단의 장식 꽃으로도 쓰이기도 한답니다
오월의 꽃 작약의 수줍음은
은총이고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오월의 한가운데
이울어가는 모란 언니 곁에서
수줍고 부끄러워 차마 전하지 못한
그대의 사랑이 작약으로 곱게 피어나
배시시 해맑게 웃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