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손거스러미가 일듯이
입술에도 거스러미가 일 때가 있습니다
엄마는 그걸 참지 못하고
손으로 뜯으려 합니다
나는 로즈마리 립밤을
엄마 입술에 발라줍니다
비죽 내민 엄마 입술에
로즈마리 립밤을 듬뿍 발라줍니다
로즈마리 향기가 은은하게
엄마와 나 사이를 이어줍니다
어릴 적 엄마 립스틱을 바르며
놀던 생각이 나서 혼자 웃습니다
몇 가지 안 되는 화장품 중에서도
엄마가 유난히 아끼던 립스틱을
몰래 바르다 동강 나
대략 난감하던 생각도 나고
여행 선물로 립스틱을 내밀던
친구 생각도 납니다
립스틱 포장을 뜯어주며
친구가 말했어요
그냥 주면 누군가에게 줄 것 같다며
일부러 포장을 뜯어주는 친구를 보며
두 배로 고마웠던 생각이 납니다
엄마 입술에 로즈마리 립밤을 바르며
로즈마리 향기에 젖어들듯이
잔잔히 행복해집니다
행복은 덥석 오는 게 아니라
향기로 물드는 것인가 봅니다
행복은 소란한 것도 아니고
유난한 것도 아닌 거지요
손끝으로 살짝
로즈마리 이파리를 스치면
손끝에 향기가 남듯이
바람이 스치고 지날 때마다
문득 다가서는
로즈마리 향기처럼~^^
행복은 그렇게
우리 곁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발자국 소리도 조심조심
살며시 스쳐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