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33 슬픔을 길어 올리다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 2번 Op.81'
'밀회'라는 드라마 마지막 회에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가 나왔었죠
유아인과 미운 오리 신세 친구들이 함께
5중주를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김희애 배우가 오늘 피아노 좋았다는
특급 칭찬을 문자로 날렸던 기억이 납니다
피아노 5중주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한 대 그리고 첼로 한 대로
편성된 곡이랍니다
드보르자크는 비올라 연주를
십 년 넘게 했다고 해요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메타나가 프라하 교향악단 지휘자로 있을 때
젊은 드보르자크가 비올라 연주자였답니다
보헤미안의 전통을 바탕으로
체코 근대음악을 구축한 이가 스메타나이고
한걸음 더 나아간 이가 드보르자크라고 해요
보헤미아에서 태어난
드보르자크의 실내악에는
보헤미안의 정서와 우수가 담겨
감성적이고 감미로우며 서정적이랍니다
31세 젊은 나이의 드보르자크는
피아노 5중주를 작곡하여 발표했으나
초연 직후 마음에 들지 않아
작품을 찢어버렸답니다
15년이 훌쩍 지난 어느 날
프라하 남쪽 시골마을에 머무르던 그는
우연히 젊은 날 작곡했던 피아노 5중주
작품의 필사본을 친구에게 얻어
반년 넘게 몰입하여 완성했답니다
철없음 대신 열정으로 길어 올린
젊은 날의 추억과도 같은 작품인 거죠
그의 음악 인생에서 전반기에는
스메타나의 민족주의 영향을 받고
후반기에는 브람스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피아노 5중주는
피아노 5중주의 역사를 연
슈만과 브람스의 뒤를 잇는 명곡으로
그의 실내악곡 중 걸작으로 꼽힌다고 해요
드보르자크 특유의 향토적 우수와
감성과 서정을 끌어안으며
피아노와 현악기가 주고받는 대화에
체코 민속음악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지는
2악장 둠카(dumka)가 아름답습니다
둠카는 보헤미아의 말로 엘레지(悲歌)이고
애수 어린 멜로디에 이야기가 담긴 노래인데
우크라이나 지방에 이어져 내려오는
민속 선율을 바탕으로 슬픔과 밝음이
사이좋게 교차된다는 뜻이래요
우울하고 몽상적인 명상곡 사이에
밝고 명랑한 음악이 끼어들어
온화함과 쓸쓸함이 열정적인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면서 이어지는데요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시작으로
비올라가 뒤를 이어나가며
슬픔이 반복되다가
밝음으로 바뀐답니다
바이올린이 고음으로 빠르게 연주하고
저음 악기들의 피치카토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인생이라는 두레박에 담기는
눈부신 슬픔과 반짝이는 기쁨이
문득 눈에 보이다가
마음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듯합니다
비 오다 그친다는
오늘 하루의 날씨처럼
인생도 그런 거죠
슬픔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에
때때로 한 줌 햇살 같은 기쁨도
덤으로 담겨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