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34 커피 꽃이 피었어요
비우면 채워져요
햇살 적당히 들어오는
베란다 한쪽에 놓아둔 커피나무 화분을
가끔 들여다보긴 합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 서툴고
손도 게으른 탓에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은
내 몫이 아니거든요
비우고 또 비우다 보니
창가에 조르르 크지 않은 화분 몇 개 남아
초록 잎사귀들 무성해지고
가끔 이런저런 꽃들이 피기도 해서
꽃이 피면 가까이 다가가
쓰담쓰담해 주는 것으로
사랑을 대신합니다
물 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초록 잎사귀에 머무르는 햇살의 눈부심으로
살랑이는 바람과 다정히 손 잡고 웃어주거나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이면
촉촉 빗소리에 젖어
소리 없는 미소를 건넵니다
그런데요
우리 집 커피나무에
새하얀 커피 꽃이 피었어요
몇 해째 거실 창가를 지키며
묵묵히 초록 잎새만 무성해지더니
생각지도 않은 꽃이 피어났어요
커피 꽃 흉내라도 내보려는 듯
간신히 피어난 꽃 한 송이가
기특하고 애처로워요
너도 참 많이 애썼다~
너무 가냘파 손으로 쓰다듬지도 못하고
눈으로 어루만지고 마음으로 다독입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묘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커피 꽃이
시늉만으로라도 가녀리게 피어나니
나도 모르게 열매를 기대하게 됩니다
하얀 꽃이 피었으니 어느 날 문득
빨간 열매가 맺히기를 기다려도 될까요?
되면 더 되고 싶다고 했던가요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라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뜻이죠
경마는 말이 경주하는 競馬가 아니라
견마(牽馬)의 발음이 변한 것이고
견마는 고삐를 뜻한답니다
'견마 잡히다'는 다른 사람에게
말고삐를 잡고 가도록 하는 거죠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는
속담과 같은 뜻이래요
걷다가 말을 타게 되면 에헴~
이왕이면 말고삐 잡아주는
종도 부리고 싶어진다는 거죠
바다는 메워도
사람 욕심은 못 채운다잖아요
커피나무 하얀 꽃을 보며
다시 마음을 비워봅니다
꽃이 핀 것으로 되었다고
빨강 열매까지 무리하진 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