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35 행복의 순간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
행복은 옷일까요
의복이 날개라는 말이 있으니
행복이 날개옷이긴 한가 봐요
행복하면 마음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요
행복이 날개옷이라면
조르르 단추가 달린 옷일까요
행복의 단추를 채울 수 있을까요
세상 어디에도 '완벽'이란 없다는데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영화의 원제는
'Sometimes Always Never'
까칠 대마왕 아버지(빌 나이)가
손자에게 자신이 만든 옷을 입혀주며
'맨 위 단추는 때때로 채우고
가운데 단추는 항상 채우고
맨 아래 단추는 절대 채우지 마라'라고 하죠
Sometimes 때때로 채우고
Always 항상 채우고
Never 절대 채우지 않는 것이
행복의 단추라는 의미일까요
울적해 보이는 오늘 날씨와 어울리는
영화 '행복의 단추를 채우는 완벽한 방법'은
바닷가에 홀로 선 정장 차림의 아버지가
아들 피터(샘 라일리)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차분하게 정돈된 영상의 아름다움이
창밖의 빗소리와 어우러져 멜랑꼴리하고
바다와 숲과 카페와 찻잔 등
풍경과 장면들의 색감과 분위기가
정성 깃든 화보처럼 아름다워요
서먹하고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는
아버지 앨런과 아들 피터가
어릴 적 실종된 큰아들 마이클을 찾아다니다가
같은 처지의 부부를 만나 스크래블 게임을 하죠
철자가 적힌 조각들을 모아 단어를 만들어가는
보드 게임 스크래블(scrabble)은
하나의 배역처럼 영화의 곳곳에 등장합니다
보니 타일러의 노래
"It's a Heartache'의 가사도
영화의 대사처럼 한몫을 합니다
'사랑은 아픔이죠 단지 아픔일 뿐이죠
너무 늦어버린 후에야 깨닫고
포기했을 때 비로소 깨닫죠'
아들을 잃고 찾아 헤매던 부부가
아들의 죽음을 확인하고
자동차를 타고 가며 부르는 노래가
쓸쓸하고 안타까워요
아버지 앨런과 작은아들 피터가
죽은 사람이 마이클이 아님을 알고 느끼는
어딘가 살아 있으리라는
막연한 안도감까지도
한없이 애처롭고 씁쓸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앨런과 스크래블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집 나간 큰아들 마이클
큰아들 마이클을 찾는데 몰두하는 아버지와
형 마이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어
늘 울적하게 그늘진 작은아들 피터
서먹하게 멀어진 아버지 앨런과 아들 피터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이클을 찾아 헤매며
관계의 벽을 허물어나가는 과정이
느릿한 걸음과 따뜻한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카페에서 피터가 써 놓은
'낭창낭창한'이라는 단어에 대해 묻는 종업원에게
그냥 엇진 단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죠
그냥 좋아하는 단어라고 피터가 덧붙이자
종업원은 비누 soap를 좋아한다고 해요
종업원을 따라 발음해 보는 피터에게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종업원의 soap
행복은 비누거품처럼 기분 좋은
즐거움일지도 모른다는 순간 해봅니다
동글동글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순간의 즐거움일지도 모르죠
캠핑카를 타고 아들을 찾아다니는
까칠한 고집쟁이 아버지가
형의 그늘을 안은 채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극세사 예민 감성 작은아들이 좋아하는 단어처럼 낭창낭창한 아버지였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해 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기승전아들은
스크래블 게임을 하다 말고 집 나간 아들이 아닌
성질내는 모습이 아버지와 똑같은
곁에 남은 아들 이야기였다는 것을
피터도 알게 되죠
그 오랜 세월 정장 코트를 입고 무얼 찾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스크래블 게임 외엔
생각나는 게 없다고 중얼거리는
아버지 앨런에게 스크래블은 계기였을 뿐
엄마 때문이라고 피터는 말합니다
엄마가 죽은 후
늘 화가 나 있던 형이라는 피터의 말은
형의 가출이 아버지 탓이 아니라는 말인 거쵸
초록빛이 영롱한 숲 속에서
아버지와 곁에 남은 아들 피터는
스크래블 게임을 하며
마음의 거리를 좁혀갑니다
돌아올 탕아를 기다리는 아버지에게
피터가 형은 안 올 거라고 말하며
자신은 늘 집에서 아침 점심 저녁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고 하죠
평범한 하루의 의미가 통했을까요
아들이 말하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임을
아버지도 비로소 알게 되었을까요
손자는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옷을
멋지게 차려 입고
'레이첼 보고 싶어
너도 그렇다면 다음 역에서 내려'
메시지 글자 놀이로 사랑을 이루고
손자의 사랑과 함께 가족의 사랑도
행복의 단추를 채워갑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불꽃 터지는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아들의 기타에 맞춰 가족이 함께 부르는
엔딩곡 'It's All about You '
'태양은 노란색 비키니
하늘은 새파란 파랑
세상 좋은 그 순간 네가 나타난 거야
너무나 파란 바다에 빠져들 것만 같아
화려한 여름의 향기 그때 네가 나타난 거야
그래서 네 생각뿐 네가 전부인 듯
아무것도 더 할 수 없어
네가 가장 소중하니까'
노래와 함께
비로소 행복한 가족의 모습과
여전히 비어 있는 형의 의자 위로
엔딩 크레디트가 흐릅니다
완벽이란 없는 것이니까요
잃은 것을 찾아야 완벽한 행복이 아니라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에서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행복이니까요
행복은 나풀나풀 파랑새처럼
날아가버린 아들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는 아들이고
soap를 발음하는 순간과도 같은
소소한 즐거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