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63 벚꽃 안녕~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
봄날이 무르익고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는 걸 보며
문득 드는 생각 하나가 있어요
꽃은 나무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에 피어나 맺히고
그러다 그리움으로 나풀대며
흩날려 떨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무에 피어났던 꽃들이 진다고
마음에 피어났던 꽃들이
함께 지는 것도 아니고
꽃이 지고 난 후에도
꽃의 눈부심을 기억하는 순간들은
곳곳에서 아롱지다가 문득 떠오르니까요
내일모레 봄비 오고 나면
올해의 벚꽃과는 안녕해야 한다는데
사진 속 벚꽃은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고운 모습 그대로일 것 같아요
오래전 보았던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가 생각납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래요
친구들 사이에서 겉돌며
운동장보다 도서관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던 타카키와 아카리는 6학년이 되자
아카리가 먼저 이사를 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점점 멀어지게 되죠
두 사람 사이로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폭설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3월 어느 날
타카키는 봄날의 폭설을 끌어안으며
첫사랑 아카리를 만나러 갑니다
빛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
슬프고도 아름답고 감성적인 영상 속에서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서늘한 상실감까지도 벚꽃 이파리처럼
하늘하늘 초속 5센티미터로 흩날립니다
올해의 벚꽃을 보내며
다시 보고싶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우리 앞에는 너무나 거대한 인생과
아득한 시간이 감당할 수 없도록
가로놓여 있다는 타카키의 대사처럼
'그저 하루하루 살아갈 뿐인데
슬픔이 여기저기 쌓여 간다
햇볕에 바싹 말린 시트에도
칫솔꽂이에 꽂힌 칫솔에도
휴대전화의 통화나 문자 기록에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다운 결말은
매정하기만 해서 씁쓸하게 안타깝고
삶의 순간순간에 대한 적막함이
더욱 깊어지겠지만
영화 속 카나에의 대사를
나도 모르게 따라 중얼거리게 되겠죠
'있잖아 초속 5센티미터래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마치 눈 같지 않아?
내년에도 함께
벚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직이 건네보는
벚꽃 안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