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4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

모란에게

by eunring

글라라 언니가 찍은 모란 사진이

글라라 언니 대신 나를 만나러 왔어요

어제는 맑음 오늘은 흐림 그리고 비

창밖을 내다보니 비가 흩뿌리는지

우산을 쓴 사람도 있고

우산을 안 쓴 사람도 있어요


꽃 중의 왕이라 불리는

맑음으로 눈부신 모란을 보니

마음도 함께 해맑아지는 것 같아요

서양의 장미가 꽃 중의 꽃이듯

동양에서는 모란이 꽃 중의 꽃이래요


미인을 이야기할 때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아름답다고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라고 말한답니다

가지가 나뉘어 옆으로 낮게 퍼지면서

아름답고 풍성하게 피어나는 꽃이라

앉은 모습이 고운 미인을 모란에 비유한다죠


옛날 중국의 당나라에서는

궁궐에서만 재배되던 귀한 꽃이라

부귀화라고도 부르는 모란 한 포기의 값이

비단 25 필 값이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답니다

비단보다 모란이었던 거죠


목작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란은

꽃의 모습이 크고 화려하면서도

소담스러운 여유와 품격이 있고

잎의 모양도 단정해서 모든 꽃들 가운데

으뜸이라는 의미가 담겼답니다


모란이 시들어갈 무렵

작약이 피어난다고 해요

모란은 키가 작은 꽃나무

작약은 여러 해살이 풀이랍니다

함지박처럼 꽃송이가 커다래서

함박꽃이라고 불리는 작약은

어여쁜 소녀가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작약꽃 속에 숨었다고 전해져

꽃말이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라고 해요


한자 이름 목단에서

우리말 모란으로 바뀐 모란은

꽃말이 '부귀 영화 건강 장수'랍니다

궁궐이나 서원의 정원에 많이 피어나는 꽃이라

좋은 꽃말을 다 모아가진 걸까요


모란인지 작약인지 궁금할 때는

잎의 모양을 살펴보면 된답니다

윤기 없이 세 갈래로 갈라진

오리발을 내미는 잎은 모란의 잎이고

작약의 잎은 윤기 자르르 흐르는

갸름한 타원형 모양이랍니다


비가 머무르다 햇살이 비죽 고개 내미는

변덕스러운 봄날의 창밖을 내다보며

'모란이 피기까지는'

영랑 시인의 시구를 중얼거려 봅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영랑 시인의 시에

덧붙이고 싶은 마음 한 조각도

살포시 얹어 봅니다


모란이 뚝뚝 떨어지기 전에

환한 햇살 아래 얼굴 드러내며

그리운 사람들과 꽃처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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