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5 시와 음악의 시간

OBS 시네뮤직

by eunring

토요일 저녁이면

OBS 시네뮤직을 챙겨 봅니다

영화와 음악의 만남 속에

살며시 내 찻잔도 하나 올릴 수 있는

토요일 저녁이 기다려집니다


학생 시절 음악책이랑 공책 들고

친구들이랑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음악실에 가던 기분으로

시네뮤직 시간을 기다리고

영화도 기웃거리고

음악도 듣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삶을 일깨우는 언어

시에 관한 영화음악이었죠

'마틴 에덴' '패터슨' '시'

세 편의 영화 중 두 편은 이미 봤으니

'마틴 에덴'을 볼 생각입니다


어부의 아들이고 선박 노동자인

주인공 마틴(루카 마리넬리)이 새롭게 만나는

시와 사랑과 세상 이야기가 녹록지 않군요

하늘빛 블라우스를 입은 우아한 엘레나를 만나고

'당신처럼 생각하고 당신처럼 말하고 싶어'

엘레나(제시카 크레시)처럼 살고 싶다는

마틴의 눈빛이 강렬합니다


가난과 무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는

시인이 되려는 치열함으로 책을 읽고

하나 들고 현실 언어로 시를 쓰며

냉정한 세상과 맞짱을 뜨지만

그의 시는 늘 반송되어 옵니다


죽음과 고통이 많고 거친 날것이라

글을 써 돈을 벌 수 없다는 엘레나에게

밑바닥 삶 속의 절망을 보여주는

그의 열망과 좌절이 안타까워요


그의 시를 잡지에 싣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기쁨도 잠시뿐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세상 찬바람에 매몰차게 내몰리다가

사랑하는 엘레나와도 헤어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유명 작가가 됩니다


깡패에 선원이라고 스스로를 내던지는

시인 마틴은 행복하지 않아 보입니다

인기와 명예와 부를 얻었으나

그에게 남은 건 짙푸른 외로움뿐이죠


그가 처음 엘레나의 그림을 보고

'멀리서 보면 멋진 그림이지만

가까이 다가서 보니 모두 얼룩이네요'라고

했던 말처럼 그에게는

그림처럼 멋져 보이던 세상이

가져보니 온통 얼룩이었을까요?


다시 돌아온 엘레나에게 이미 늦었다고

외면하는 배우의 강렬하고도 슬픈 눈빛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열쇠만 있으면 감옥도 집이고

사랑이 열쇠라던 그에게

사랑도 열쇠가 아닌 얼룩이었던가 봅니다


작은 도시 패터슨의 버스 운전사

시인 패터슨의 영화 '패터슨'은 이미 봤지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패터슨의 단조로운 일상을 다시 보며

재즈를 들으니 좋군요

비슷한 시간 속 각별한 순간의 느낌으로

공책에 일상의 시를 쓰는

패터슨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가고

일주일이 건너뛰듯 지나 다시 토요일입니다

오늘은 어떤 영화음악이 소개될지 궁금하고

기다릴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걸어가는 인생의 길 모퉁이마다

스치듯 흘러가는 시간의 모퉁이마다

작지만 반갑고 고마운 설렘이 있으니

이 또한 다행이고 소소한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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