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38 호박벌은 난다
림스키 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벌들의 날개는
회전하는 날이 달린
프로펠러와 같다고 해요
1분에 1만 번 이상 힘차게 날갯짓을 하는
벌떼들의 빠르고 격렬한 날갯짓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음악도 있어요
벌떼들이 웅웅대며 경쾌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날아오르는 '왕벌의 비행'은
러시아의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에 나옵니다
'호박벌은 난다'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2막 1장에서 호박벌떼가 웅웅거리며
백조를 공격하는 장면에서
매우 빠르고 경쾌하고 재미나게
연주되는 곡이랍니다
원곡은 관현악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편곡이
연주하기 까다롭기로도 유명하군요
아주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현란한 기교까지 필요한데
다채로운 음을 정확히 연주해야 한다죠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샤인'에도 나옵니다
초라한 모습의 그가 레스토랑에서
조롱 어린 시선을 받으며 피아노에 앉아
'왕벌의 비행'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비웃음이 환호와 감동으로 바뀌며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도
'왕벌의 비행'이 나옵니다
상륜과 학교 선배가 피아노 배틀을 할 때
마지막 배틀 곡으로 연주하는
연탄 형식의 '두금삼(斗琴三)'이
'왕벌의 비행'을 모티브로 편곡한 곡이래요
피아노는 물론이고 바이올린 플루트 등
현악기와 관악기의 변주곡으로 편곡되어 연주회에서 앙코르곡으로 자주 등장한답니다
연주자들의 테크닉을 보여주기 좋은
매력적인 곡이라고 해요
자유로운 재즈나 신나는 락 등으로도
연주되는 인기곡이랍니다
푸시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는
술탄 황제가 상인 집안의 세 자매 중
착하고 아름다운 막내딸과 결혼한 후
전쟁터로 나간 사이에 왕비가 왕자를 낳았는데
질투에 눈먼 두 언니의 모략으로
왕비와 왕자는 쫓겨나 바다를 떠돌다가
황제의 오해를 풀고 행복도 되찾는다는 이야기죠
2막 1장 백조가 호박벌의 습격을 받는 장면에서
'왕벌의 비행'이 빠르게 윙윙대고
왕자가 백조를 구하고
백조는 자신을 구해준 왕자에게
세 가지 기적의 선물을 주는데요
첫 번째 선물은 금과 보석으로 만든
열매를 따다 주는 다람쥐
두 번째 선물은 33명의 씩씩한 무사들
세 번째 선물은 아름다운 공주로 변한 백조였죠
백조는 아름다운 공주가 되어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이 흐뭇합니다
'왕벌의 비행'을 달맞이꽃에게 들려주면
달맞이꽃 꿀의 단맛이 더 진해질지도 몰라요
달맞이꽃에게 웅웅대는
벌의 날갯짓 소리를 들려주었더니
꿀물의 당분 농도가 20%까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요
한순간의 꿀맛 같은
'왕벌의 비행'은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기분까지도 달달해져요
짧고도 강렬하고 벅찬
꿈의 한순간이거나
빠르고 진하고 향긋한 느낌의
에스프레소 2샷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