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06 아름다운 시절은 어디로 가고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의 반짝이는 밝음과
빛나는 해맑음과 명랑함을 애정합니다
'피가로의 결혼'의 익살과 재치도 좋고
소란함 속에 깃든 눈부신 아름다움이 좋아요
오월의 첫날에 건네는 안부 인사로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백작부인 로지나의 아리아
'아름다운 시절은 어디로 가고'를 듣습니다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 희곡
1부 '세비야의 이발사'
2부 '피가로의 결혼'
3부 '죄 많은 여인' 또는 '죄지은 어머니' 중
제2부 '피가로의 결혼'을 바탕으로
로렌초 다 폰테가 쓴 대본에
모차르트가 곡을 붙인
재밌고도 아름다운 희가극인데요
스토리가 차근차근 이어지려면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를 보고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보면 된답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광란의 하루'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니 안 봐도 비디오~
시끌벅적 소란스러움은 기본이겠죠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 3년째
하인 피가로와 하녀 수잔나의 결혼식 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단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들이
어찌 보면 쀼셰 막장 드라마와도 같은데
와글와글 유쾌한 이야기의 결말이
얼음 쨍한 사이다처럼 시원합니다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마을의 만능 일꾼 피가로는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을 위해 애쓴 덕분에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으로 승격하게 된 거죠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로시니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본 후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가 젊었을 때
모차르트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나 스스로 나 자신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때
모차르트는 나에게 절망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 내가 늙게 되니 그는 나를 위로해 주고 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이토록 사랑받는 건 단 하루의 시간 속에
여러 인생들의 온갖 희로애락이
웃프지만 아름답게 녹아 있기 때문이죠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아름다운 로지나를 노리던
악덕 의사 바르톨로가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로지나의 하녀이고 피가로의 약혼녀인
하녀 수잔나에게 흑심을 품어요
알고 보니 그는 피가로의 아버지였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평민이지만 아름다운 로지나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고 애태우며
난리법석을 떨던 알마비바 백작은
피가로가 애써 로지나와 이어주었는데도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자마자
역시나 하녀 수잔나를 넘보는
바람둥이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도~
결혼 후 백작의 사랑은 싸늘하게 식어버리고
하녀 수잔나를 넘보는 바람둥이 남편을 향한
백작부인 로지나의 한숨과 한탄이
그녀의 아름다운 아리아에 깃들어 있어요
짧은 사랑의 추억을 부여잡고
애처롭게 이어지는 한숨과 씁쓸한 한탄이
그녀의 아리아에 그대로 스며들어요
바람둥이 남편으로 인해
사랑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한순간 눈물과 고통으로 변했지만
지난날 행복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백작부인 로지나가 부르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에는
그러나 희망도 함께 합니다
'달콤하고도 즐거웠던
행복의 순간은 어디로 갔을까
거짓을 말하는 저 입술에서 나왔던
사랑의 맹세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를 향한 모든 것이
눈물과 고통으로 바뀌었는데
행복의 추억은 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네
그를 향한 내 변함없는 사랑이
냉정한 그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지난 시절을 애틋하게 추억하고
아름답게 빛나던 사랑의 맹세를 회상하며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아요
백작부인 로지나는 깊은 한숨과 체념 속에서도
슬픈 감정을 절제하며 차분하고 부드럽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을 노래합니다
바람둥이 백작을 용서하는 로지나와
로지나를 통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백작의 모습으로
모두가 즐거운 해피엔딩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아 모두 만족해
용서를 하고 오늘 있었던 고통들과
변덕스러운 장난들을 잊어버리세
사랑만이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지
신랑 신부와 친구들이여 다 같이 즐기세
즐거운 음악에 맞춰
밤새도록 축제를 즐기세'
모두 함께 기쁨으로 마무리하는
행복한 결말이 재밌고 유쾌하고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이해와 용서니까요
아름다운 4월은 어디로 가고
더 아름다운 계절이
창문을 열고 다가서는 오늘
백작부인 로지나의 아리아는
희망으로 반짝이는 오월의 빗방울 같아요
눈부신 사월이 지났다고
돌아보며 아쉬워하지 마요
아름다운 시절이 다 지나가면
또 다른 시간이 설렘과 희망을 안고
아리따운 걸음으로 다시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