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05 꽃길을 걸으려면
꽃 진 자리 아픈 자리
오월의 첫날은
흐려도 눈이 부셔요
송알송알 맺혀 떨어지는 빗방울까지도
싱그럽게 노래하듯 반짝이는 오월은
도란도란 속삭이듯 아리땁게 피어나는
붉디붉은 넝쿨 장미의 계절이어서
마음은 이미 장미 축제를 향해 내딛는
향기로운 첫걸음으로 기쁘고 설렙니다
장미의 계절 오월을 맞이하며
봄비에 촉촉 발걸음 적시며 걷다가
부질없이 뚝뚝 떨어져 누운
지난 사월의 꽃잎들을 보며
만남과 헤어짐을 생각합니다
꽃길을 걷는다는 건
활짝 피어난 꽃들의 빛나는 얼굴을
마주하며 걷는 길이기도 하지만
떨어져 누운 꽃잎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으며 걷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노래하듯 빗방울 스치는 오월의 첫날
문득 걸음을 멈추고 되새기게 됩니다
꽃길을 걸으려면
꽃 진 자리에 맺힌 아픔까지도
잠시 멈추어 다독일 줄 알아야 하고
꽃길을 걸어가자 마음먹는 순간
꽃 진 자리 상처의 흔적과 기억까지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봄꽃 잎 이울어 떨어지는
하염없이 눈부신 사월을 보내고
넝쿨장미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하는
눈 시린 오월을 맞이하며
배웅과 마중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봅니다
곱디고운 봄꽃들을 마중할 때
보내는 아픔까지도 잊지 않고
소중하게 끌어안아야 하듯이
꽃 진 자리 사뿐사뿐 걸으며
눈부신 사월의 끝을 배웅할 때도
지난 기억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보듬어 간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꽃길을 걷는다는 건
아픔의 흔적을 걷는 것이고
오월을 마중하는 마음 곁에는
피어니는 오월의 장미를 배웅할 마음까지도
함께 나란히 걷는 거라고 나직이 속삭이듯
창밖 하늘은 흐림으로 가득합니다
기쁨으로 환호하며 맞이할 때
슬픔으로 보내야 하는 순간을 잊지 말라고
빗방울 톡톡 창문을 두드리는
오월의 첫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