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98 영원한 도로시는 없다
영화 '주디'
르네 젤위거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주디 갈랜드인 듯 주디를 연기하는
영화 '주디'의 르네 젤위거는
나이 든 주디의 역할을 하면서도
여전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사랑스럽게 웃어요
르네 젤위거는 주디의 노래 장면을 위해
1년여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리허설도 4개월 넘게 가졌답니다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하죠
40대 무렵 주디 갈랜드의 쇼트커트
풍성하게 볼륨을 살린 60년대 헤어스타일이
르네 젤위거를 더 주디답게 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Over the Rainbow'의 주인공 주디 갈랜드
주디를 연기하는 르네 젤위거는
피어날 때 풍성하고 화려한 만큼
커다란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더욱 애절한 한 송이 모란 같아요
주디 갈랜드의 마지막 콘서트
5주 동안을 그린 영화 '주디'는
무대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빛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런던 투어를 소재로 한
브로드웨이 연극 'End of the Rainbow'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답게
주디의 마지막 콘서트에
뭉클한 감동을 담았습니다
빈털터리가 되어
케이크 한 조각에 행복해하며
미키 루니와의 첫 데이트를 회상하다가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느끼는 게 좋다는
파란 재킷의 그녀는 아쉬운 마음으로
자신의 공연을 대신하게 된 로니에게
한 곡만 하겠다며 파란 재킷을 벗고
반짝이는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랑한다는 노래를 부르죠
'당신이 날 만난 건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지만
비가 오나 해가 뜨나 다 좋지 않겠냐'는 노래로
박수와 환호와 장미꽃을 받아요
이어지는 마지막 노래를
그녀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다음 노래는
뭔가가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늘 꿈꾸던 어떤 것을 향해
또박또박 걸어가는 그런 이야기랍니다
어쩌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게
매일의 우리들 삶일지도 모르죠
그렇게 걸어가는 게 전부일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희망은 필요한 거니까요'
희망의 노래라는 'Over the Rainbow'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무지개 너머 어딘가 저 높은 곳에
자장가에서 들어본 그곳의 이야기가 있어요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상상하던 모든 꿈들이 이뤄지는 곳'
그러나 그 노래를 더 못하겠다는 그녀 대신
관객들이 하나둘 일어나 함께 부르는
뭉클한 장면으로 그녀는 막지막 공연을 끝내죠
'여러분을 사랑해요 잊지 말아 줘요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관객들의 떼창에 눈물로 응답하는
엔딩 장면이 가슴 먹먹합니다
런던 공연 6개월 후
47세 한창 나이에 주디는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났다는 자막에 이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보다
얼마나 사랑받는지가 중요하다'라는
'오즈의 마법사' 소설의 문구로 마무리합니다
'영원한 도로시는 없다'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엔딩이 다한 영화 '주디'에서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 구두 뒤꿈치를 탁탁~
도로시 역의 배우로 시작은 화려했으나
그러나 돈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안타까워요
산타를 맞아들일 굴뚝이 없어서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없다며
인형과 함께 옷장 안으로 들어가
울음을 눌러 참다가 옷장 안이 충분히 넓다고
옷장 안으로 아이들을 불러들여
정말 여기 있고 싶다~중얼거리는
주디의 모습이 애틋합니다
'주디 갈랜드 마티니'를 만들면 어떠냐고
주디의 공연을 제안하는 미키 딘스에게
심장을 내놓고 사는 기분이라고 답하며
어린 시절 다 합쳐도 다섯 시간 정도 잤을 거라고
같은 장소에서 5분도 못 견딘다는
주디가 애처로워요
메이어의 감시 아래
말라깽이 도로시가 되기 위해
배고픔도 약으로 대신하고
모두의 절친이고 옆집 소녀인
갈래 머리 도로시 게일이 되기 위해
잠도 약으로 쫓아야 했던 주디는
햄버거 대신 한 알의 약과
생일 축하파티에도 먹을 수 없는 케이크를
앞에 두고 먹는 척만 해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던 거죠
'나 홀로 내 길을 갈 거야
여기가 로맨스의 끝
사랑은 댄스일 뿐 정신을 집중해서
내 심장에게 노래를 가르칠 거야
나 홀로 내 길을 갈 거야
날개 달린 새처럼 미지의 세계를 만나고
나만의 세계를 만들래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나는 혼자야 희극은 여기서 끝나'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트롤리 송을 부르는 주디는
신나고 행복해 보여요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무대를 두려워했다지만
두려운 만큼 무대를 사랑했던 그녀는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꽃이고
빛나는 별이었죠
오믈렛이 되기를 거부하면
막 휘저어서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면 된다며
세상은 사람들에게 가혹하다고
누군가 조금만 다르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못되게 군다고
주디의 진심 팬인 아름다운 동성애 커플에게
건네는 말은 주디 자신에게도 하는 말인 거죠
남편이 넷이었고 다 실패했다는 그녀는
빚을 갚고 집을 사고
아이들과 함께 모여 살기 위해
미키 딘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고
뻐꾸기시계처럼 시간마다
'사랑해 뻐꾹'을 원한다며 결혼하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합니다
오늘 벌써 9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미키에게
열 번이고 열두 번이고 듣고 싶다고
뻐꾸기처럼 한 시간에 한 번씩
'뻐꾹 사랑해'라고 말해 달라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인 주디의
마지막 런던 공연 장면이
모란꽃 뚝뚝 떨어질 때마다
문득 생각날 것 같아요
모란 피어나는 봄날 한복판에서 보기에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영화 '주디'처럼
주디의 47년 삶도 안쓰럽지만
그녀가 부른 'Over the Rainbow'는
미국 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지난 100년 가장 위대한 노래 1위로 뽑혔다니
하늘의 별이 된 그녀에게 위로가 되겠죠
대배우 캐서린 햅번과 절친이어서
그녀의 우울증이 몹시 심해졌을 때
회복을 위해 곁을 지키며
함께 해 주었다니 다행입니다
영원한 도로시는 없지만
우리들 일상의 걸음으로 다가가는
희망의 노래 'Over the Rainbow'는
언제나 그녀와 함께 할 테니
더욱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