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10 명랑하고 유쾌하게

슈베르트 '송어'

by eunring

예전 우리 집 세탁기가 빨래를 끝낸 후에

개운하고 상쾌하게 들려주던 멜로디가

슈베르트의 '송어'였는데

고장이 나 바꾼 세탁기는 송어 대신

다른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인데도

송어인지 숭어인지 잠시 헷갈릴 때는

가만가만 노래를 불러봅니다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가 뛰노네~'


강물에서 뛰놀며 헤엄치는 물고기니까

그렇군요~송어가 정답입니다

송어는 강물에 사는 민물고기이고

숭어는 바다를 헤엄치는 바닷물고기니까요


슈베르트의 '송어'를 부르다 보면

그냥 흐르는 강물도 아니고

거울 같은 강물이라는 가사에

마음이 덩달아 해맑고 상쾌해집니다

송어처럼 명랑하고 유쾌하게

맘껏 뛰놀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걸 텐션 업이라고 하는 거죠


음악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이

맑고 상쾌하고 명랑하게 전해져서

울적하게 마음이 가라앉을 때

슈베르트를 듣습니다


슬프면 슬픈 대로

명랑하면 명랑한 대로

애잔하면 애잔한 대로

마음을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것이

슈베르트의 음악이 가진

작지만 큰 힘이고 우아한 미덕이죠

슈베르트의 음악에서는

맑고 싱그러운 연초록 향내가 납니다


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배운

'송어'는 가곡이지만

피아노 5중주 '송어'도 있답니다

4악장에 가곡 '송어' 주제에 의한

아름다운 변주곡이 들어 있어요

가전제품의 알림음으로 쓰여

귀에 친숙하고 익숙한 멜로디죠


스물두 살 때 슈베르트는

자신보다 30살이나 더 많지만

친구로 지내던 성악가 미하엘 포글과 함께

오스트리아 슈타이어 연주 여행 중에

광산업자이고 첼로와 관악기를 연주하는

음악 애호가 움가르트너 집에 머무르며

각별한 대접을 받았답니다


가곡 '송어'를 좋아하던 피움가르트너는

친구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곡을 의뢰하면서

'송어'의 주제 선율을 넣어달라고

슈베르트에게 부탁했대요


피아노 5중주는 대개

피아노와 현악 4중주로 이루어지는데

악기의 편성에서 제2바이올린 대신

콘트라베이스를 넣은 것도

파움가르트너의 희망에 따른 것이랍니다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가 뛰노네

화살보다 더 빨리 헤엄쳐 뛰노네

나그네 길 멈추고 언덕에 앉아서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를 바라보네'


크리스티안 슈바르트의 원작 시에는

맑은 강물을 유쾌하게 헤엄치는 송어에게

낚시꾼이 잡으려고 하니까 조심하라고 하지만

낚시꾼의 속임수에 걸려 잡히는 모습에

애처롭게 세상을 원망하는 내용도 담고 있으나

가곡의 가사에서는

원망하는 부분은 생략했답니다


하늘은 흐릿하게 빗물을 머금고 있지만

마음은 슈베르트의 송어처럼

명랑하고 유쾌하게

오늘 하루의 강물에서 뛰놀고 싶은

흐린 봄날의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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