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19 어머니의 노래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by eunring

하나(미야자키 아오이 목소리)가

슬픈 사랑에 빠졌어요

하나가 태어났을 때 뒷마당에

코스모스가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피어나

힘들어도 슬퍼도 꽃처럼 웃으라고

아버지가 하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답니다


일본어 하나는 꽃이라는 의미거든요

그래서 아빠 장례식 때도 웃다가

혼이 난 하나가

그만 사랑에 빠졌답니다


카페 백십자(白十字) 앞에

쭈그려 앉은 하나에게 다정히 손을 내민

그(오오사와 타카오 목소리)가

평범한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가 말해요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가서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면

'어서 와'라고 따뜻하게 반겨주는

다정한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에게 '어서 오라고 내가 해 줄게'

하나가 말하죠


하나가 떠나갈까 봐

차마 말하지 못한 비밀을

그가 털어놓습니다

'눈 감아봐 보여줄게'

밤 별들이 무수히 빛나는 아래서

늑대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 하나는 말합니다

'안 무서워 너니까'


그렇게 하나는 늑대인간인

그의 가족이 되어줍니다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것으로 가득하다고

엄마 하나는 그렇게 생각했다는

유키의 회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눈 내리는 날 유키(雪)가 태어나고

비 오는 날 아메(雨)가 태어나죠

씩씩한 유키(쿠로키 하루 목소리)와

겁쟁이 남동생 아메(니시이 유키토)

귀여운 남매의 아버지가 된 늑대 아빠는

아기를 낳은 엄마에게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집을 나섰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아플 때 소아과로 가야 하는지

동물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는 엄마 하나는

인간으로 키울 것인가

늑대로 키울 것인가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다가

시골로 이사를 하게 되죠


인간으로 살 생각이면

사람들 앞에서 늑대 귀를 감추고

동물들을 만나도 잘난척하지 말라고

엄마 하나는 유키와 아메에게 다짐을 하지만

시골 생활 역시 녹록지 않아요


'오늘 심은 게 내일 자랄 수는 없다'라는

니라사키(스가와라 분타 목소리)

까칠 할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웃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따끔한 충고를 날리는 츤데레 니라사키 할아버지와

다정다감 커플 할아버지들의 도움으로

엄마 하나는 농사일을 배워갑니다


이웃사람들의 도움은

까칠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고

사람들을 피해 온 곳에서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엄마 하나의 중얼거림에

따사로움이 스며들어요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새하얀 눈밭을 늑대처럼 신나게 뛰놀던

아메는 멋진 뿔호반새를 잡으려다

그만 강물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뿔호반새를 봤어

오늘은 나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왠지 평소랑 달랐어 무섭지 않았어

갑자기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겁쟁이 아메의 변화를 보며

엄마 하나는 그날처럼

무서운 날이 없었다고

유키가 회상하죠


학교에 가는 유키에게 엄마는

늑대가 되지 않기 위한 주문을

재미나게 만들어 알려주는데요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

일본어로 중얼거리면 운율이 맞아서

재미난 주문입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며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유키는

유키의 냄새를 느끼는 전학생 소헤이를 피하며

'선물 세 개 문어 세 마리'를 외우다가

늑대의 본성으로 소헤이의 귀를 물고

곤란에 빠진 유키를 위해

소헤이는 늑대가 한 짓이라고 합니다


잘못했다고 우는 유키를

다독이며 끌어안는 엄마 하나의

'괜찮아 괜찮아'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유키를 위해

매일 무언가를 놓고 후다닥 사라지는 소헤이가

그때 순간적으로 늑대를 봤으니

유키 탓이 아니라고 하자

엄마 하나가 물어요

"늑대 싫어하니?'

'그다지 싫어하진 않아요'

'나랑 같구나'


소헤이와 함께 다시 학교에 가는 유키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배우고

아메는 학교 대신 산속 늑대 선생님에게

늑대로서의 삶을 배워갑니다

유키는 인간이니 산에 가지 않고

아메는 늑대라서 학교에 가지 않지만

엄마 하나는 말하죠

`모두가 늑대를 싫어해도

엄마만은 늑대 편이야'


비와 태풍이 몰아치는 날

늑대로서는 다 컸으나

인간으로서는 아직이라는 생각에

엄마 하나는 산속으로 아메를 찾아 나서고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는

유키와 소헤이는 학교에 남아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엄마 재혼 이야기를 하는 소헤이에게

그때 널 다치게 한 늑대는 나였다고

유키가 말하죠

줄곧 말하려 했다고

지금껏 괴로웠다는 유키에게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나

혼자만의 비밀이니 울지 말라는

소헤이의 다독임에

눈물이 아니고 빗물이라는 유키는

이제 늑대가 아닌 사랑스러운 소녀입니다


아메를 찾아 헤매다가

산속에 쓰러진 엄마 하나의 꿈에

늑대 아빠가 나타납니다

"아메는 이제 열 살이야

스스로 결정할 나이가 된 거지

괜찮으니 그냥 둬

자신만의 세계를 찾았으니까'


쓰러진 엄마를 업고 내려와 집에 내려놓고

돌아서는 늑대 아메의 뒷모습을 향해

엄마 하나가 중얼거립니다

'네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안타깝게 중얼거리는 엄마 하나의 모습을

잠시 돌아보다가 아메는 어른 늑대의 모습으로

자신의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려갑니다


늑대 아메의 우렁찬 울음소리 끝에

눈부시게 밝아오는 세상이 아름다워요

'건강해야 돼 잘 살아야 해'

엄마와 아들의 작별이 뭉클합니다


엄마 하나는 그날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답니다

깨끗해진 너도밤나무 초록잎과

말끔해진 거미집에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해맑아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 사이에 세상이 바뀐 듯하다고

꽃처럼 웃는 엄마 하나의 모습이

애틋하고 먹먹합니다


엄마의 그 미소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유키의 회상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아요

동화 속 얘기처럼 한순간이었다는

엄마 하나의 미소가 애잔합니다


유키는 중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고

산속 집에 혼자 조용히 사는 엄마 하나는

늑대 아빠의 사진을 보다가

늑대 아메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웃어요


엄마 하나의 미소 끝에

행복과 슬픔이 어우러지고

엄마 하나의 미소와 함께 흐르는

엔딩곡이 쓸쓸하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의 주제곡 같아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널

꼭 만날 수 있기를

배를 어루만지며 늘 기도했단다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목소리는 어떨까

커다란 눈망울로 나를 비추면

눈물방울 또르르 뺨 위에 흐르네

이리 오렴 밥이 다 되었단다

아장아장 걸어서 오령

산책하러 가자꾸나

눈물 그렁한 눈으로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 너

뭐가 그리 서러운지 얘기해 보렴

괜찮아 아무 데도 가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늘 함께니까'


영화관에서 보았더라면

엔딩 크레디트가 흐를 때

어둠 속에 그대로 앉아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앉아있었을 것 같아요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는

어른을 위한 맑고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오늘 심고 내일 자라기를 바라지 말라'는

까칠 할아버지 니라사키의 말씀을

기억하기로 합니다


학교에 안 가는 아메를 보고

그가 그랬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 잘 안 가는 녀석은 미래가 밝아

에디슨이랑 내가 그랬거든'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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