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54 우미인꽃을 아시나요?

꽃양귀비의 위로

by eunring

한강공원에 오월의 장미가 한가득이고

붉디붉은 꽃양귀비도 한창입니다

우산 쓰고 빗방울 소리 들으며

나 홀로 강변 나들이도 괜찮을 것 같은

비 오는 요일입니다


꽃들도 비에 젖고

우산도 빗물에 젖고

마음도 빗방울에 젖으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흐린 비요일이 멜랑꼴리해요


그리스 신화의 올림포스 12 신 중에

대지와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가 있어요

하계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된

딸 페르세포네를 찾아 헤매다가

양귀비꽃에서 위안을 얻었답니다

그래서 양귀비는

여신 데메테르를 상징한대요


'페르세포네를 잃고 슬퍼하는 데메테르'

영국 화가 이블린 드 모오간의 그림에

데메테르 여신의 머리를 황금빛 밀로 표현하고

주변에 붉디붉은 양귀비꽃을 똑똑 떨구었어요

위로와 위안과 잠과 몽상이라는 꽃말이

양귀비에게 잘 어울립니다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우미인도

꽃양귀비와 어울리는 미인이죠

초나라 항우기 사랑한 미인 우희는

한나라군에게 포위당하자

석별의 정을 읊는 항우의 시에 맞춰 노래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린답니다


우미인의 무덤 자리에서 피어난 꽃은

비단결처럼 윤기가 흐르는 꽃잎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춤을 추듯이

하늘거려 우미인초라 불린대요


당나라 현종이 아끼고 사랑했던

양귀비처럼 아름다워

양귀비라고 부르기도 하죠

우미인초 개양귀비 물감양귀비라고도 부르는

꽃양귀비는 줄기 등에 보송한 솜털이 나 있어요

줄기에 솜털이 없이 매끈한 양귀비와 달리

마약 성분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답니다

꽃양귀비가 양귀비보다 키도 작대요


아련한 꽃망울일 때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활짝 피어나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하는

빨강 주황 분홍 노랑 하양 고운 얼굴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그 순간에도

가녀린 꽃대가 휘어지지 않고 꼿꼿한

꽃양귀비를 보며 위안을 얻어보려고

우산을 들고 한강 나들이에 나서봅니다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해진 빨강과

그 곁에서 더욱 눈부시게 나부끼는

초록이 오늘의 선물이고 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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