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53 그래 네 인생을 살아

영화 '파리에선 로맨스'

by eunring

누구에게나 꿈이 있어요

별처럼 빛나고 꽃같이 아름다운

눈부신 한순간을 기대하며 살죠

누구나 오월의 장미처럼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하며 살아요


배우가 꿈인 엠마(모니아 초크리)는

고향 떠나 15년째 파리에 찌그러져 있죠

꿈을 찾아 파리라는 도시에 머무르지만

여배우의 꿈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서

생계형 보조출연자로 살고 있어요


부업으로 전자제품 판매원 등을 하면서

냉장고 파는 게 어릴 적 꿈인 사람도 있냐고

툴툴대며 서른다섯 살 생일을 앞두고 있어요

'나 이제 서른다섯이 돼

서른다섯이면 인생의 전환점이고

여배우에게는 사망선고와 같은 나이지'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에서 점점 멀어져 가며

현실에 지친 엠마는 침대 아닌 옷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서른다섯 살이 되는 생일날

생을 마감하기로 작정합니다


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은 계속 흐르고

늘 똑같이 사는 건 따분하다며

생일날 죽기로 작정한 엠마는

남은 일주일을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적어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장례 절차를 의뢰하러

장례지도사 알렉스를 찾아갑니다


"주목받지 못한 삶을 산 엠마 여기 잠들다'

묘비에 그렇게 써달라고 부탁하고

동영상 유언도 남기는 엠마에게

'당신의 자유 의지니

당신이 죽음을 원한다면

난 막을 수 없어요 그게 순리죠'


알렉스가 무심히 건네는 말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삶도 당연히 귀하고

그 나름 충분히 가치가 있고

아름답다고 들리는 건 왜일까요?

죽음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고 싶은 게

엠마의 진심 아닐까요?


드디어 다가온 서른다섯 살 생일날

엠마는 고양이 짐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약을 집어 들다가 그만 떨어뜨리죠

떨어뜨린 알약을 고양이가 물고 달아나는 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당신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음성 메시지가 들려옵니다


다시 수면제를 구하러 갔다가

'그래 가서 네 인생을 살아'라는 말을 들어요

'죽은 꽃에 물을 주어도 소용없어

자라리 새 씨앗을 심어'


말이 쉽죠~

죽은 꽃에 미련이 남아

자꾸 돌아보는 게 인생이고

새 씨앗을 심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 것이 인생인 것을요


생일날이 지나기 전에 다시 구한 약을 먹고

푹 자다가 고양이 짐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뜬 엠마는 '안 죽었구나'

안심하고 웃어요


고양이가 안 죽었다는 건지

자기 자신이 안 죽었다는 것인지

엠마만 아는 엠마의 마음이겠죠

안 죽었다고 안심하고 웃으며

기어가다가 툭 손을 떨구는 엠마를

다시 깨우는 건 알렉스의 목소리네요


"엠마 눈 떠요'

알렉스의 목소리에 눈을 뜨고

엠마는 병원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죠

지나가는 사람에게 꼬집어봐 달라고 부탁하고

꼬집힌 자리가 아프자 '메르시'

고맙다고 인사하며 웃는 엠마 곁에는

그동안 엠마가 얼마나 힘든지 몰랐다는

가족과 친구들이 빙 둘러싸고 있어요


다시 살아난 기쁨을 안고

활짝 웃으며 달려가는 엠마와

엠마를 찾아오는 알렉스는 손을 마주 잡고

새로운 삶과 사랑을 함께 시작합니다

'당신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제발 죽지 말아요

최대한 늦게 죽어요 나와 함께'

장례지도사다운 알렉스의 프러포즈가

애틋하면서도 유쾌하고 훈훈해요


함께 차를 타고 가는 두 사람은

자동차 뒤에 매달린 하트 장미 안에서

서로를 와락 끌어안으며

축복의 해피엔딩~


다시 그 대사가 들리는 듯해요

'가서 네 인생을 살아'

우리 모두 그래야겠죠?

비록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감사의 마음으로 웃으며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야 하죠


저마다 제각기 주목받지 않고

다 함께 어우러져 주목받으니

한 송이 장미로 주목받는 것보다

더 곱고 환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눈부신 오월의 장미 송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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