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51 뷰티플 울 엄마
자매들의 뷰티살롱 37
한참 오래전부터 나는
단순하고 간편하고 편안한 것에 길들여져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편하고 헐렁한 옷에
쓱 눌러쓰는 벙거지 모자에
납작한 신발이면 마음까지 느긋하고
온몸이 편안해서 참 좋아요
주머니가 넉넉한 옷이면
왼쪽 주머니에는 카드지갑
오른쪽 주머니에는 핸드폰을 넣으면
준비 완료~
주머니가 없는 옷일 때는
가볍게 에코백 하나
크로스로 걸치면 되죠
혼자 움직일 때면
내 맘대로 내 멋대로이지만
그러나 동행이 있을 때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집니다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릴 수 있으니
화장 따위 생략하는 건 기본이라도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까지
과감히 생략할 순 없으니까요
패션을 좀 아는 동생들 눈에
조금이라도 들어보려고 애쓰지만
늘 부족해 보이나 봅니다
동생들이 패션감각으로 챙겨드린
옷을 입으시는 엄마 눈에도 마찬가지
나는 늘 2% 부족한 딸이죠
그래서 편한 방법을 찾았어요
동생들이 건넨 옷을 입으면 되는
그 쉬운 방법을 두고 괜히
잘 돌아가지도 않는 잔머리를
애써 굴릴 필요가 없는 것이죠
동생의 안목으로 고른 옷을 입은 날
옷 좋다 예쁘다~는 칭찬을
드디어 엄마에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울 엄마 또 그러시네요
모자가 그게 뭐냐 바꿔 써라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모자도 나의 것이라는 말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이렇게 말씀드렸죠
엄마 딸은 머리가 크고
엄마 모자는 작아서
쓰고 싶어도 못 쓰니 어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