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50 사랑의 마법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일 년에 아홉 달은 비가 온다는
시애틀에 가볼 기회가 아직 없어서
이미 본 영화로 다시 시애틀 구경을 합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커피 때문은 분명 아닌데
어디선가 커피 향내가
솔솔 풍겨오는 것만 같아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어긋나는 듯하다가 다시 이루어지는
운명적인 사랑의 마법이 깃들어 있어요
이미 본 영화 '러브 어페어'의 몇몇 장면들이
영화 속 TV 화면으로 잠깐씩 비쳐서
영화 속 영화를 보는 깨알 재미도 있죠
'러브 어페어'의 주인공들은
전망대에서 만나지 못하고
안타깝게 엇갈리지만
샘과 애니와 귀여운 조나는
엇갈릴 뻔하다가 만나서 다행이고
두 영화 모두 해피엔딩이니
그 또한 다행입니다
사랑의 힘은 그 무엇보다 강하고
사랑이 건네는 마법은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걸
두 영화가 사이좋게 보여줍니다
우연의 일치에 대해 동료가 묻자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대답하는
시애틀의 불면남 샘(톰 행크스)에게
사랑과 운명은 빠져나오기 어려운
버뮤다 삼각지대인 거죠
시애틀의 불면남에게 쏟아지는 편지들을
아들 조나가 열심히 읽으며
아빠 샘에게 편지 안 읽느냐고 묻자
연애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만나서 인상을 보는 거라는
샘의 말이 옳긴 합니다
월터(빌 풀만)와의 결혼을 앞둔
애니(맥 라이언)는
아빠와 운명적으로 만나 결혼했고
사랑이 바로 마법이었다는 엄마와 달리
아직 사랑의 마법을 모르는 듯해요
크리스마스 소원과 꿈을 말하는 라디오에
아빠의 새 부인이 필요하다는 조나는 귀엽고
전화기를 들고 나란히 앉아
라디오 상담을 하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훈훈하면서도 안쓰럽습니다
애니는 운전 중 라디오에서
시애틀 조나와 불면남 샘의 사연을 들어요
아내 자랑을 해보라는 진행자의 말에
'한참 시간이 걸릴 거라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다며
처음 손을 잡았을 때 느낌이 왔고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편안했는데
그것이 마법이었다'는
샘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죠
사랑이 마법이듯 눈물도 마법인 거니까요
아빠의 새 부인이 필요하다는 조나의 사연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2천여 명의 여성들이
주소를 물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월터와의 결혼을 앞둔 애니는
얼굴도 보지 못한 시애틀의 불면남에
자꾸만 마음을 뺏겨요
무서운 꿈을 꾸고 엄마가 보고 싶다는
엄마의 모습을 잊어간다는 조나를 달래며
샘이 말하기를
'엄마는 사과를 잘 깎았어
길고 동그랗게 끝까지 끊어지지 않게'
사과 깎는 솜씨는 형편없지만
취재라며 조나 집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샘 볼드윈과 조나 볼드윈을 검색하는 애니는
시애틀 탐정소로 자료 요청까지 하는
열정으로 불타올라요
시애틀의 불면남 샘 역의
톰 행크스는 우직하며 듬직하고
라디오를 끌어안고 벽장에 구겨박혀
아빠가 빅토리아와 데이트하는 걸 현장 중계하는
8 살 짜리 개구쟁이 조니의 사연을 들으며
친구 베키의 전화를 받는 애니 역의 맥 라이언은
비타민처럼 상큼하니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친구 베키가 부친 애니의 편지를 읽으며
너유희~너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조나의 친구 제니퍼는
엉뚱 발랄 깜찍한 줄임말 천재죠
샘의 데이트를 방해하는 조나에게
그냥 사귀는 거라는 아빠 샘은
서로 만나면서 알아보는 거라며
빅토리아를 배웅하러 나갔다가
공항에서 우연히 애니를 보고는
순간 눈빛이 반짝 빛나요
애니를 만나면 운명의 퍼즐이 맞춰진다는
깜찍한 꼬맹이 조나의 말이 맞는 거죠
애니가 애니인 줄 모르면서도
마음이 한순간 움직인 거니까요
'이대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내 남은 인생에는 후회와
미련만이 가득할 거야'라며
결혼할 남자 월터를 속이고
시애틀행 비행기를 타고 온 애니는
그렇게 운명의 별빛처럼
샘의 곁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촉촉이 젖은 멜랑꼬리한 느낌의 시애틀과
애니의 루비 빛깔의 자동차가 잘 어울려요
후드 달린 긴 옷자락을 바람에 펄럭이며
바닷가에서 노는 부자를 몰래 지켜보는
애니의 눈빛에 파도소리가 일렁이고
바람에 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금빛으로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이게 미친 짓일까'
친구 베키에게 전화로 묻는 애니는
다음날 샘에게 말을 걸어보겠다고 찾아가는데
하필 다른 여자와 인사 나누는 샘을 보게 되죠
길 건너 애니 발견하고 '안녕하세요'
운명처럼 인사를 나누는 샘과 애니
두 사람 사이로 자동차들이 마구 지나갑니다
도로 한복판에 서 있던 애니는 달아나요
샘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긴 줄 알고 오해한 거죠
유치한 라디오를 듣는 순간부터 정신줄 놓았다는
애니는 다시 월터 곁으로 원위치하려는데
영화 '러브 어페어'에서처럼
밸런타인데이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자는 샘의 답장이 옵니다
'우리가 천연인지 만나보자'는 답장은
줄임말 천재 제니퍼의 소행이 분명하죠
천연~천생연분의 줄임말이니까요
8살 조나를 12살로 나이 먹여
뉴욕 비행기 예약까지 얼렁뚱땅
그 어려운 걸 엉뚱 꼬맹이 제시카가 해 냅니다
시애틀을 잊고 뉴욕으로 월터를 만나러 간
애니는 'Stannd By Your Man' 노래를 배경으로
결혼은 환상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월터와 결혼 준비에 돌입하고
월터 어머니의 반지도 받아요
빅토리아와 주말 데이트를 가려던 샘은
조나가 사라지는 바람에 그만 발목이 잡히죠
뉴욕으로 간 조나는 택시 기사에게
새엄마를 만나러 전망대로 간다는
엉뚱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대답을 날리고
전망대에 올라가 혼자 있는 여자들에게
애니냐고 묻고 아니라는 대답에
실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가 마주 보이는 레스토랑에 마주 앉은 애니와 월터는
돔 페리뇽을 주문하고
뉴욕으로 날아온 샘은 긴급상황이라며
택시도 새치기해 가며 전망대로 달려갑니다
어둠이 내리는 전망대에 주저앉은 조나가
애처롭고 안쓰럽지만 지켜보는 수밖에요
애니는 월터에게 헤어지자고 하며
어머니의 반지 돌려주는데요
그 순간 빌딩 벽면에
빨강 하트가 커다랗게 그려집니다
'이건 운명이야 가야겠어'
운명이라며 전망대로 달려가는 애니는
막히는 길이라 택시에서 내려 뛰어가지만
전망대는 이미 입장시간이 지났답니다
'러브 어페어'라는 영화를 아내가 좋아한다며 애니를 들여보내 주는 경비아저씨 멋지고
조나와 샘의 부자 상봉은 눈물겹고
내려가는 부자와 올라가는 애니의
엇갈림이 안타깝지만
곧 만날 거니까요
아무도 없는 텅 빈 전망대 망원경 옆
조나의 가방을 찾으러 다시 온 샘과 조나는
샘의 가방과 샘의 인형 하워드를 안고 있는
애니와 드디어 만납니다
샘과 애니의 눈빛이 운명인 거고
운명이니 만남은 당연한 거고
조나가 웃으니 행복한 결말입니다
조나의 인형 하워드를 끌어안은 애니에게
'갈까요?' 손 내미는
샘의 눈빛이 그윽해서 심쿵합니다
두 사람이 다정히 마주 잡은 손끝에서
사랑의 마법이 반짝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만나서 반가워요'라고 건네는
샘의 인사에는 '다시'가 생략되어 있죠
샘과 애니는 이미 공항에서 스쳤고
샘의 집 근처에서 마주쳤으니까요
빌딩 벽면에서 반짝이는 커다란 빨강 하트와
별빛 같은 도시의 불빛들이 작별의 미소를 건네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고 나면
커피 한 잔이 생각납니다
마시고 잠 못 이룰지라도요
더구나 오늘처럼 촉촉이 비가 내리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