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13 느리게 노래하듯이
슈만 '안단테 칸타빌레'
멈추고 머무르다 보니
서두를 일도 별로 없고
남는 게 시간이라 그런지
다급할 일도 그리 많지 않아요
차분한 걸음으로 가을이 오고
하늘이 어느새 성큼 높아지고
바람이 그리움 안고 살랑거릴 때
천천히 느리게 걸으며 노래하듯이
귀를 기울이고 싶은 음악이 있어요
안단테는 느리게
칸타빌레는 노래하듯이
둘이 만나 사이좋은'안단테 칸타빌레'는
느리게 노래하듯이~라는 의미랍니다
슬라브 민속풍의 애잔한 선율이 아름다운
차이콥스키의 현악 4 중주 제1번의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가 귀에 익숙합니다
현악기의 따뜻한 음색이 애수를 자아내는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는
흰 눈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 들으면
고즈넉하니 아름다워요
바람이 나풀대는 가을날에는
슈만의 피아노 4중주 3악장이
차분하고 우수 어린 향기로 안겨들어요
피아노가 속삭이고 첼로가 포근히 안아주며
바이올린과 첼로가 사이좋게 나란히
추억을 나누듯 애틋한 그리움이 찰랑댑니다
깊은 슬픔 속에 다정한 위로가 깃든
로맨틱한 음악을 만든 슈만은
망상과 우울증으로 마흔여섯 이른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답니다
법률을 공부한 음악가답게
피아니스트 클라라의 아버지인
스승 비크와 오랜 법정 투쟁 끝에
사랑하는 클라라와 결혼한 사랑꾼이었고
심각한 망상과 우울에 시달리면서도
감성적인 위로의 음악을 만들어
스산한 가을날을 견디는 누군가를 위해
나풀대는 고운 단풍잎 같은
선물을 남겼습니다
슬픔을 아는 사람이
누군가의 슬픔을 다독이고
아픔을 아는 사람이
이웃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다는 것을
슬픔의 깊이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슈만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들으며
새삼 깨닫습니다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던
고독한 슈만의 낭만과 감성이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지는
'안단테 칸타빌레'를 들으며
느리게 노래하듯이~
가을바람 타고 어김없이 찾아와
소리도 없이 문밖을 서성이는
가을앓이라는 이름의 친구와도
웃으며 사이좋게 지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