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12 달 달 무슨 달

달 노래를 부르며

by eunring

추석 며칠 전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똑반달이던 달님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차오르는 모습을 따라

마음도 함께 차오르는 것 같아서

은근 반갑고 좋았거든요


똑반달 사진을 찍어

산 아래 친구에게 보냈더니

'그럼 담주에는 온달이겠네' 하기에

그럼 평강공주도 올라나

부질없이 웃어가며

달 달 무슨 달 쟁반갈이 둥근달~

달 노래를 중얼거리며

둥근달 보름달을 기다렸는데요


추석 전전날 내다본 하늘에는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둥근달이 환하더니

하루 지나고 나자 달이 안 보여서

어두운 하늘만 자꾸자꾸 내다보다가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나 싶어

산 아래 친구에게 톡 문자를 던졌어요


'달이 안 보인다 내 눈에만 안 보이나'

친구의 똑단발 같은 대답은

'구름'이었죠

아~다행이라며 혼자 웃었어요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게 아니라

구름이 달을 가렸던 거니까요


그리하여 이번 추석 둥근달 보름달은

제대로 만나보지 못하고

달 달 무슨 달~달 노래만 중얼거리다가

삶이 고단할 때 문득 위로가 되는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시구로

마음을 다독입니다


'인생에 뜻을 이루었을 때 맘껏 즐기라

금 술잔이 빈 채로 달을 마주하지 말아야 하리

하늘이 내린 나의 재능 반드시 쓰일 데가 있고

천금을 모두 써버렸다 해도 다시 돌아오리니'


이백 시인은 한 번에

삼백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고 했으나

술은 1잔도 마시지 못하니

이백 시인 님께 잠시 양해를 구하고

술 대신 커피로 살며시 바꿔봅니다


'커피 한 잔 하시게 멈추지 마시게

내가 그대들을 위해 노래 한 곡 부르리니

그대들은 나를 위해 귀 기울여 들어주시게

흥겨운 음악이나 진귀한 음식은 귀하지 않고

다만 늘 취해서 깨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


달과 술의 시인 이백이 삼백 잔의 술로

만고의 시름을 녹이자 했듯이

커피 한 잔으로

세상사 온갖 근심 걱정을

개운하게 녹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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