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40 은총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영화 '더 브레이브'
양갈래로 쪼록쪼록 머리를 땋아 내린
눈망울이 또랑하게 야무진 열네 살 소녀
매티 로스(헤일리 스타인펄트)의
당찬 모습과 사랑스러운 당당함에 반합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 나오는 소녀의 내레이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주님의 은총 외에는'
멘트가 와락 마음에 꽂혀서
서부극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마음으로 몰입합니다
잠언 28장 1절
'악인은 쫓는 자가 없어도 도망간다'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서부 소설의 고전인 찰스 포티스의
'트루 그릿(True Grit)'을 원작으로
진정한 용기를 그려낸 영화랍니다
도망가는 악인 톰 채니의 뒤를 쫓는
갈래 머리 소녀 매티가
어리지만 야무지고
사자처럼 담대한
의인의 모습입니다
어린 여자애가 겁도 없이
아버지의 원수를 뒤쫓았다는 이야기를
대부분 믿지 않는다는
차분한 회상에 이어 기차가 멈추고
기차에서 내리는 갈래 머리 소녀
매티의 모습이 비장합니다
어린 동생을 돌봐야 하는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러 온 길이죠
아버지의 시신에 입 맞추고 싶으면 하라고
인심 쓰는 장례업자에게 매티는
아버지의 혼은 이미 떠나갔다며
장례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조목조목 따져요
하인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모셔가라고 한 후
돈을 아끼려고 시신들 사이에서 잠을 청하는 당차고 당당하고 당돌한 소녀 매티가
악당들이 처형당하는 자리에서 보안관을 찾아
무법자 톰 채니를 잡아달라고 하자
체니는 인디언 구역으로 달아나
이제 연방보안관 담당이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상인과도 맞짱 뜨며
계산 똑 부러지게 한 후 받을 돈 제대로 받아내는
담대한 열네 살 소녀 매티가
아버지를 죽이고 말과 금을 챙겨 달아난
무법자 톰 채니(조쉬 브롤린)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나서는 모험에
연방보안관 루스터 카그번이 동행합니다
퉁명스럽고 무뚝뚝한 술꾼이지만
진정한 용기와 신념에 찬 애꾸눈 연방보안관 루스터 카그번(제프 브리지스)과 함께
허풍쟁이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맷 데이먼)가
채니에게 걸린 현상금을 쫓아 나서게 되죠
열네 살이면 세상을 알 나이랍니다
아빠와 함께 너구리 사냥도 한 용감한 소녀죠
'이건 너구리 사냥이 아니라'는 카그번에게
같은 맥락이라는 매티는
연방보안관 카그번과 함께
인디언 마을로 떠납니다
사과를 좋아하는 조랑말 리틀 블래키를 탄
어린 소녀 매티와 늙은 연방보안관 카그번과
상금을 쫓는 텍사스 특수경비대원 라뷔프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동행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길은 아니죠
어리고 작고 깡말랐다고
두 어른 남자 카그번과 라뷔프는
매티를 대놓고 무시하지만
아버지를 죽인 벌이라는 걸
무법자 채니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굳은 의지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소녀 매티의 모습에 서서히 마음이 움직여요
나무에 매달린 채 죽은 남자가 채니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오르기도 하는
겁 없고 용감한 소녀 매티에게
카그번은 자신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무법자 네드 일당이 열차를 털고
숲 속 오두막으로 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1대 7로 싸웠다는 무용담도 신나게 들려줍니다
네드 일당과 마주쳐 위험에 처한 라뷔프를 구하고 총쏘기 허세 대결도 해 가며 네드 일행을 쫓다가
두 어른 남자는 싸우기까지 합니다
손을 털겠다는 카그번은 술에 취해 잠이 들고
맥이 다 풀려 텍사스로 떠나겠다는 라뷔프는
매티에게도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죠
죽여서든 살려서든 채니와 함께 간다는 매티에게
악수나 하자며 손을 내미는 라뷔프의 눈빛에
깊은 사과의 마음이 담겨 있어요
강가에 물을 뜨러 갔다가 톰 채니를 만나자
총을 꺼내 겨누며 매티는 큰소리를 칩니다
'너를 잡아갈 거다
보안관님과 판사님의 명을 받들러 왔다'
저 아래 보안관과 경관 50명 있다고
허풍을 치지만 채니는 넘어가지 않아요
네드 일당에게 잡혀가면서도
매티는 당당하게 할 말 다하는
담력 최강 소녀죠
커피 마시려느냐 묻자
'커피는 안 마셔요 열네 살이니'
악당 일당이 타고 갈 말이 부족해서
아빠를 죽이고 금 두 개와 말을 가져갔다는
톰 채니와 둘이 남게 되는 위기의 상황에서
라뷔프가 나타나 매티를 구해줍니다
1대 4로 악당들과 맞서는 카그번까지
라뷔프는 멋진 한방으로 위기에서 구하는데요
목숨을 빚졌다는 카그번에게
원래 텍사스 레인저가 듬직하고
용감무쌍하다는 라뷔프의 허풍도
그런대로 봐줄 만해요
톰 채니를 쏘아 떨어뜨리고
구덩이에 빠져들어가 뱀에 물린
메티를 구하기 위해 말을 달리는 카그번은
매티와 여정을 함께 한 조랑말 리틀 블래키의
배를 찔러가며 달리기를 재촉합니다
리틀 블래키가 지쳐 쓰러지자
매티를 안고 백비의 집까지
쉬지 않고 달리며 중얼거려요
'나도 이제 다 됐군'
흩어지는 눈발 속에서
카그번의 목소리가 쓸쓸히 흩어집니다
'
뱀에 물린 매티의 목숨은 구했으나
안타깝게도 팔이 잘리고
고비를 넘기기 전 보안관 카그번은 떠났답니다
25년의 긴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매티는
카우보이 서커스단으로 카그번을 찾아 나섭니다
카그번은 사흘 전 하늘나라로 갔으나
사는 동안 신명 나게 지냈다는
동료들의 이야기 끝에 매티도 덧붙입니다
카그번과 오래전 알고 지냈다며
우리도 신명 나게 지냈다고 하죠
가족묘지에 카그번을 안장하고
몇 년째 돌보고 있다는 매티의 독백 끝에
라뷔프의 소식은 듣지 못했으나
한 번 보고 싶다는 그리움이 이어집니다
'소신이 뚜렷했던
연방 보안관'이라는 카그번의 묘비에서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과
'시간은 자꾸만 우리로부터 달아난다'는
엔딩 멘트가 고즈넉하고
긴 여운을 남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로부터 달아나는 시간이
은총의 시간이기를~
중얼거리며 내다본 가을 창밖이
문득 시리게 차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