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49 별을 향해 날아오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by eunring

누구에게나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하나 같은 꿈이 있고

먼 하늘의 별을 향해 날아오르는

눈부신 도약의 순간이 있어요


힘차게 뛰어오른다고 해서

누구나 별을 손에 쥐는 건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꿈은 크든 작든

서로 달라서 저마다 소중하고

꿈이라는 이름으로 빛나는 별 하나를

고이 마음에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 우리들 인생이죠

별이 손에 잡히는 순간 이미 별이 아니니까요


탄광촌에 사는 소년 빌리(제이미 벨)가

티렉스의 'Cosmic Dancer'에 맞추어

신나게 점프하며 춤추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꿈을 향해 아름답게 날아오르는

소년 빌리의 발레 도전기가

재미와 감동을 줍니다


볼 빨간 소년 빌리는

걸을 때도 평범하게 걷지 았아요

현란한 발끝 재간을 뽐내며

유쾌하고 경쾌하게 이어지는

걸음 한 걸음이 바로 춤이거든요


1984년 영국 북부 탄광촌

더럼이 배경입니다

정부 시책에 반대하며

탄광 노동자들이 파업 중이죠


광부인 빌리의 아빠와 형도 파업 중인데요

형 토니(제이미 드레이븐)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내와 사별 후 쓸모없는 인간이 된

아빠 재키(게리 루이스)와 함께

노조 지도부인 형 토니도 시위 참가로 바쁘고

열한 살 어린 소년 빌리가 돌아가신 엄마 대신

아침마다 토스트와 삶은 달걀을 챙겨드리며

알뜰살뜰 치매 할머니를 보살핍니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아빠의 권유로

빌리는 체육관에서 권투를 배우지만

그다지 소질이 없어요

발레 강습소가 노조사무실로 쓰이게 되자

윌킨슨 부인(줄리 월터스)

체육관 귀퉁이에서 발레 교습을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빌리는 아빠 몰래

권투 대신 발레를 배우게 됩니다


윌킨슨 부인은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로열 발레학교 오디션을 보게 하는데요

오디션 준비를 위래 윌킨슨 부인과 빌리가

함께 춤을 추는 동안 사이사이 보여주는

빌리 가족의 모습이 재미납니다


티렉스의 노래 'I Love To Boogie'에 맞춰

빌리와 월킨슨 부인이 춤을 출 때

형 토니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흥겨워하고 아버지는 욕실에서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할머니는 잊고 있던 발레 동작을 봅니다

현실은 가난하고 버겁지만

음악을 알고 즐길 줄 아는 가족인 거죠


하필이면 오디션 당일

노조에서 지도부로 활동하는 형 토니가

무장 경찰들에게 쫓기다가

하얀 이불보 빨래를 뒤집어쓰고

거리에서 붙잡혀 구치소에 가게 되고

빌리는 로열발레단 오디션을

그만 놓치게 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윌킨슨 부인이 찾아오지만

아빠와 형은 발레에 대한 편견으로 반대하죠

열한 살이니 뛰어놀아야 한다는 형 토니와

윌킨슨 부인의 격렬한 말다툼 사이에서

빌리는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나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멋진 탭댄스로 답답함을 쏟아내며

미친 듯 현란하게 춤을 춥니다


빌리가 파란 바다를 등에 지고

골목을 뛰고 달리며 바람개비처럼 춤추다가 슬레이트 벽에 가로막혀 주저앉는 모습이

애절하고 안쓰럽고 안타까워요


하얀 눈송이 흩날라는 골목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새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엄마가 슬퍼할 거라고 빌리가 말리는데도

땔감이 떨어져 엄마가 아끼던 피아노를 부셔 벽난로의 불을 지피며 우는 파랑 왕관을 쓴 아빠와 초록 왕관을 쓴 빌리와 빨간 왕관을 쓴 할머니의

가난하고 슬픈 크리스마스 파티가

한없이 적막하고 쓸쓸합니다


눈사람을 만들다가 빌리가 손을 녹여주자

빌리의 볼에 입맞춤을 하는 친구

마이클(스튜어트 웰스)은 동성애 취향의 소년이죠 집에서 누나 옷을 입고 화장도 하며

발레복을 입어보고 싶어 해요


텅 빈 체육관에서 빌리가

마이클에게 예쁜 발레복을 입혀주고

링 위에서 발레의 기초 동작 플리에를 가르쳐주며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아빠 재키가 보게 됩니다

아빠의 당황함과 맞짱 뜨듯이 발레를 하는

볼 빨간 소년 빌리의 모습이

자유를 향해 푸드덕 날아오르는

한 마리 새와 같아요


아빠는 춤추는 빌리의 열정을

말없이 지켜보다 천천히 돌아섭니다

빌리의 열정이 아빠의 마음을 돌리게 되죠

윌킨슨 부인을 찾아가 빌리를 가르쳐줘 고맙다고

빌리는 내 아들이니 내가 뒷바라지하겠다며

오디션을 보러 가려면 돈이 얼마나 드느냐 물어요


파업이 계속되어 돈이 없는 아빠는

사람은 변한다며 파업까지 그만두고

아들을 위해 일하러 탄광 현장으로 갑니다

배신자라고 손가락질받고

달걀 세례를 받으며 버스를 타고

작업장으로 가아빠를 말리기 위해

달려온 형 토니에게 아빠는 말하죠


빌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그애는 천재일지 모른다고~

"미안하다 토니 우린 이미 끝났고

더는 선택할 수 없으니 빌리에게 기회를 주자'며 아빠와 토니가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이 뭉클합니다

'아빠 말이 옳아 엄마는 널 보냈을 거야'

형 토니도 빌리의 꿈을 응원하게 되죠


아빠는 빌리의 꿈을 위해

엄마의 반지와 목걸이를 전당포에 맡겨요

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가면서

아빠에게 런던에 가봤느냐 묻자

더럼을 벗어나 본 적도 없고

런던에는 탄광이 없으니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아빠의 대답이

웃프지만 차마 웃을 수도 없어요


오디션 심사위원이 춤출 때 기분 묻자

빌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모르겠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시작할 때는 몸이 뻣뻣하지만 일단 춤을 추면

다른 건 다 사라지는 기분이 들어요

내 몸 안에 불길이 치솟고

새처럼 날아오르는 것 같아요

감전된 것처럼 전류를 타고 날아올라요'


오디션 결과가 들어있는 우편물을 놓고

빌리를 기다리는 아빠와 형 토니와

할머니의 모습이 진지합니다

방에 들어가 혼자 우편물을 펴 보는 빌리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가족들이 방문을 열자

빌리는 합격했다며 눈물을 터뜨리죠


아빠는 바다를 등에 지고 달려

노조 친목 클럽으로 합격소식을 전하지만

돌아온 소식은 노조가 항복해서 현장으로 복귀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힘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와도 되느냐는

빌리에게 '장난해? 네 방은 세놨다'며 웃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행복으로 가득하고

한때 발레리나를 꿈꾸었던 윌킨슨 부인이

빌리에게 건네는 축하의 말에는

진심 가득합니다

'네 인생을 찾아라 행운을 빌게'


빌리를 와락 끌어안는 할머니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앞장서는 아빠와 형

골목에서 파란 옷의 꼬맹이 소녀가 전하는

'잘 가 빌리'

그리고 옥상 위에서 던지는

친구 마이클의 작별 인사가 뭉클합니다

'어이 댄싱 보이'


버스에 오르기 전

아빠는 빌리를 어깨 높이 끌어안으며 울고

주머니에서 손가락 브이를 꺼내

'보고 싶을 거야'라는 형 토니에게

버스 뒤 창문에서 작별의 인사를 건네며

빌리가 런던으로 떠나가는 날

아빠와 형 토니가 다시 일을 하러

탄광 현장으로 내려가는 모습도 찡해요


빌리를 태운 버스가 달리듯 시간이 흘러

머리가 희끗희끗 나이 든 아빠와 형 토니가

빌리의 공연 '백조의 호수'를 보러 옵니다

어릴 적 동네 친구 마이클도

바로 옆자리에 남자 친구와 나란히 앉아 있어요


발레리노 빌리에게 가족들이 왔다고 전해주는데

객석의 아빠는 벌건 눈에 눈물이 그렁합니다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오르는

발레리노 빌리의 정지된 모습에 이어

노란 셔츠의 꼬맹이 소년 빌리가

침대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겹치는

엔딩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무대 위의 발레리노가 된 빌리도

탄광촌의 꼬맹이 소년 빌리도

'항상 자신에게 충실하렴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돌아가신 엄마의 편지를 기억하며

날아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어른 빌리 역으로는

영국 로열발레단의 세계적인 발레리노

아담 쿠퍼가 맡아서 탄탄한 근육미를 보여주며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정경 음악에 맞춰

힘차게 슬로모션으로 날아오르다가 정지합니다


첫 장면 침대 위에서 점프하는 빌리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겹치며 잔잔한 감동을 주는데요

꿈이라는 이름의 눈부신 별을 향해

날아오르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겠지만

현실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었으니

그는 이제 주저앉지 않아도 됩니다

마침내 무대 위의 별이 된 되었으니까요


탄광촌 소년 빌리는 꿈을 이루고

발레리노가 되어 화려하게 날아올랐으나

그러나 세상의 모든 꿈들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꿈이란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고마운 것이죠

꿈을 간직하며 날아오르고

또 날아오르는 순간들이 있어

뭇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인생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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