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의 시간 382 아프지 말아요

평온을 빌어요

by eunring

우리 모두 아프지 말아요

건강하고 행복하면 더 바랄 게 없지만

행복까지는 미처 못 가더라도

몸도 맘도 평온하고 평안하기를 빌어요


길을 걷다 엎어지는 바람에

유난히 가냘프던 손목에 깁스를 하고

절뚝 다리로 집안을 서성인다는 친구가

불편 손으로 하지 말라는 톡 답을

왼손으로 어설프게 찍어 보내는 문자들이

이리저리 제멋대로 부서져 날아와도

마음은 통하는 것이 신기합니다


몸이 불편하니

머리만 감아도 개운하고

햇살 곁에 나란히 앉아 머무르니

생각만 나풀나풀 나비처럼 날아다닌다는

친구의 톡 문자가 반갑고 다행이고

고맙기만 합니다


몸과 마음은 늘 함께지만

때로는 따로 움직이기도 해서

서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챙겨주기도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도 하니

그 또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건강이랑 행복이도

늘 함께였으면 좋겠지만

양 손에 둘 다 쥐고 싶은 건 마음뿐이고

건강이 조금 부족할 땐

소소한 행복도 더 귀하게 느껴지니

그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친구님의 사진 속

차분히 쌓아 올린 돌탑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햇살과 바람과 시간의 발걸음과 함께이듯

건강의 첫걸음과 행복의 또 한 걸음도

욕심부리며 미리 앞서 가지 않고

소란하게 서두르지 않는

마음으로부터

고요히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381 무지개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