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82 아프지 말아요
평온을 빌어요
우리 모두 아프지 말아요
건강하고 행복하면 더 바랄 게 없지만
행복까지는 미처 못 가더라도
몸도 맘도 평온하고 평안하기를 빌어요
길을 걷다 엎어지는 바람에
유난히 가냘프던 손목에 깁스를 하고
절뚝 다리로 집안을 서성인다는 친구가
불편 손으로 하지 말라는 톡 답을
왼손으로 어설프게 찍어 보내는 문자들이
이리저리 제멋대로 부서져 날아와도
마음은 통하는 것이 신기합니다
몸이 불편하니
머리만 감아도 개운하고
햇살 곁에 나란히 앉아 머무르니
생각만 나풀나풀 나비처럼 날아다닌다는
친구의 톡 문자가 반갑고 다행이고
고맙기만 합니다
몸과 마음은 늘 함께지만
때로는 따로 움직이기도 해서
서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챙겨주기도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도 하니
그 또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건강이랑 행복이도
늘 함께였으면 좋겠지만
양 손에 둘 다 쥐고 싶은 건 마음뿐이고
건강이 조금 부족할 땐
소소한 행복도 더 귀하게 느껴지니
그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친구님의 사진 속
차분히 쌓아 올린 돌탑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햇살과 바람과 시간의 발걸음과 함께이듯
건강의 첫걸음과 행복의 또 한 걸음도
욕심부리며 미리 앞서 가지 않고
소란하게 서두르지 않는
첫 마음으로부터
고요히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