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91 눈싸움 한 판 하실래요?
애니메이션 '스노우타임'
책가방 등에 매고
학교에 가던 꼬맹이들이
길가에 조금 남아 있는 하얀 눈을 뭉쳐
서로를 향해 던지며 까르르 웃어대는 것을
웃으며 바라봅니다
나 어릴 적에는 벙어리장갑을 끼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눈싸움을 하거나
재미나게 눈사람을 만들며 놀았는데요
요즘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눈을 뭉칠 수 있는 장난감도 있다고 하죠
엊그제 소복소복 내린 눈은
햇살에 녹아 사라지고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스르르 녹아내리고 있어요
눈싸움을 해 본 지도 오래되었고
눈사람을 언제 만들어 봤는지
맨손으로 차가운 눈을 만져본 것도
한참 되었다고 생각하니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어
1984년 영화 '꾸러기 전쟁'을 리메이크했다는
캐나다 애니메이션 '스노우타임'을 보며
잠시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봅니다
새하얗게 눈 쌓인 풍경을 보며
머릿속에서는 철 모르던 어린 시절을
더듬더듬 회상해 보는 시간입니다
눈 덮인 동네의 하얀 눈 풍경과 함께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맹이들의
앙증맞고 재미난 표정들 속에서
벙어리장갑을 끼고 눈을 뭉쳐
신나게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던
철부지 어린 시절의 나를 봅니다
눈 뭉치를 마구마구 만들어낼 수 있는
신기한 얼음 요새를 두고 벌이는
꼬맹이들의 겨울놀이는
불꽃 전쟁이 아니라 눈꽃 전쟁입니다
2주일의 겨울방학 동안 벌어지는
동네 아이들의 '스노우타임'은
귀여운 눈싸움 전쟁인데요
눈싸움 전쟁에 어른은 1도 나오지 않는
꼬맹이들만의 눈꽃 전쟁입니다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의 눈싸움에
강아지 클리오도 함께 하죠
나팔을 멋지게 부는
나팔 소년 루크는 공격팀 대장이 되고
새로 이사를 온 소녀 소피는
수비팀 대장이 되어 싸우다가
어머나~썸을 타기도 하죠
상대팀이 눈 뭉치에 물을 묻혀
얼음덩어리를 만들자
안경을 쓴 천재소년 프랭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물감을 넣은 알록달록 눈 뭉치를 만들고
소피는 루키의 나팔을 획득하기도 하면서
귀욤 살벌한 눈꽃 전쟁을 벌이는데요
재미난 아이디어로 상대팀에게
눈보라 맛을 보여주는 프랭키의 안경알은
양쪽이 서로 다른 동그라미와 네모라서
볼 때마다 웃음 피식 솟아납니다
강아지 클리오가 눈더미에 깔리자
루크를 원망하는 피어스를 보고
나팔 소년 루크는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쓸쓸히 퇴장하다가 나팔을 던져버리는데요
다 함께 모여 헛간을 청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든든합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도움이 필요할 땐
서로 돕는 멋진 친구들이거든요
사과의 마음으로 루크가 나팔을 건네자
필요 없다고 돌아서는 피어스는
강아지 클리오를 잃은 아픔에 울지만
나팔 소년 루크에게도 그 나름 아픔이 있군요
'전체 차렷 받들어 총'
친구들과의 눈싸움이 아닌
진짜 전쟁터에서 나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나팔 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거죠
클리오와 피어스를 위해 위로의 나팔을 부는
루크의 모습이 애잔합니다
구슬픈 나팔소리에
피어스가 마음을 열어요
'감동적이었어'
클리오는 멋진 강아지였다고
입을 모아 추억하는 아이들은
슬픔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어요
남은 일은 하나
'얼음 요새를 없애버리자'
프랭키의 말에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얼음 요새를 무너뜨리고 만세를 부르는 어린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훈훈합니다
모두 함께 스마일
단체사진으로 흐뭇 엔딩~
잠시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
눈 풍경에 눈길을 주다 말다
딴생각도 해가며 보다 말다 하는데
심플 플랜의 'The Heroes'
셀린 디온의 'Hymn'
마리 마이의 'I am the Wind'
고급진 OST 덕분에 귀가 즐겁습니다
친구들과 눈싸움을 할 나이는 지났으나
다음에 펄펄 새하얀 눈꽃 흩날리면
맨손으로 쪼꼬미 눈 뭉치라도 한번 뭉치며
시리고 찬 겨울 맛을 느껴봐야겠어요
눈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