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92 인생은 장밋빛이 아닐지라도
커피 친구 사브레 로즈
아파트 입구에서 소복한 꽃송이로
반겨주던 베고니아 화분에
올망졸망 꽃들은 사라지고
화분 가득 흙만 남아 있어요
곱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송이 대신
묵묵한 흙을 담은 채 이 겨울을 보내고
내년 봄이 오면 희망으로 피어날
봄꽃들의 미소를 기다리는 겨울 화분이
쓸쓸한 만큼 든든하고 믿음직합니다
지금은 화분 가득 꽃 대신 흙을 안고
시린 겨울바람을 담아가지만
비가 오면 멜랑꼴리한 비꽃이 피고
눈이 오면 새하얀 눈꽃송이 피어나겠죠
인생이 비록 장밋빛이 아닐지라도
에디뜨 피아프가 부르는 장밋빛 인생
'라 비 앙 로즈(La Vie en Rose)'를 들으며
개운한 커피 한 모금과
장밋빛 쿠키 사브레 로즈로
겨울날 시린 마음을 달래 봅니다
바삭 쿠키 사브레에 장미 향이라니
고개를 잠시 갸웃거리다가
고운 장미꽃 빛깔의 쿠키에
눈이 즐겁고 마음이 설렙니다
핑크빛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
이슬방울처럼 사라지는 달콤함이네요
고소한 버터향에 장미 향까지 솔솔
사르르 녹아 부서지는 상큼한 맛이
입안에 분홍 장미 한 송이 피어나는 듯해요
라즈베리의 새콤한 맛도 느껴지고
솔솔 흐트러진 견과류 가루 덕분에
고소함까지 덤으로 따라오는
기분 좋은 맛이 커피와 잘 어울립니다
길가의 꽃들은 덧없이 사라지고
인생은 비록 장밋빛이 아니더라도
개운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한 송이 장밋빛 쿠키 덕분에
마음은 어느새 향긋한 꽃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