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79 능소화 필 무렵
친구야 놀러 와
여름날 더위를 따라
후드득 비가 오기 시작하면
비의 꽃 수국이 조신하게 피어나고
여름비와 힘께 무더위가 와락 밀려오면
주홍빛 능소화가 화들짝 피어납니다
능소화 필 무렵이면
아침 산책길이 조금 달라집니다
집 앞 커피집을 무심히 지나치고
길 하나 건너 커피집도 지나쳐
모퉁이를 돌고 돌아
또 다른 커피집으로 갑니다
노랑을 품은 주홍빛 꽃이
올망졸망 모여 피어나는데
꽃등불 같기도 하고
나팔꽃을 닮기도 했어요
능소화가 얼마나 피었나
아침마다 궁금한 마음에
한참을 더 걸어갑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능소화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능소화를 보기 위해
커피를 사러 갑니다
친구는 나더러
능소화 마을에 산다며
오늘은 얼마나 피었냐 물어요
그리고는 능소화의 다른 이름이
조선풍이라고 알려줍니다
조선풍이라니 처음 들어요
하늘을 넘어서는 꽃이라 능소화
여름날 비바람 무릅쓰고
덩굴을 타고 기어올라
하늘을 보는 꽃이라 능소화라죠
금등화라 부르기도 하고
양반들이 좋아하는 꽃이어서
양반꽃이라고도 한다는데
조선풍이라니~
이럴 때 듣보잡이라는 말
해도 될까요?!
친구야~
조선풍이든 아니든
꽃등처럼 능소화 조랑조랑 피어나면
밝고 환한 능소화 보러 놀러 와
능소화 보러 오는 길에
나도 보고 가~
그러겠노라고
친구가 웃어요
너 보러 가는 길에
능소화도 보러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