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ul 01. 2024

초록의 시간 793 인연의 꽃물

사이좋은 달걀 프라이

눈동자가 땡글땡글 영롱한

달걀 프라이가 사이좋아 보입니다

사랑스러운 정원채자매들 같아요

그런데 꽃물은 대체 뭔 상관?


있습니다 상관있고 말고요

사이좋은 노랑 눈동자 품은

동그란 쌍둥이 달걀 프라이를

밤새 빗소리 들으며 곱게 꽃물  

예쁜 손이 부지런 뚝딱 만들었으니까요


게다가 봉숭아꽃물은

세상 어떤 게으른 손이라도

바로 사용 가능한 완제품으로

천사 친구님이 만들어다 주었거든요


비닐장갑까지 챙겨주며

손가락에 번지지 않게 물들이는

상냥 꿀팁에 더하여

바로 손톱에 물들이지 않으려면

냉동실에 넣으라는 친절 사용법까지

한달음에 덥석 눈앞 배송 완료~


부지런쟁이 샛별 친구님이

손톱 끝에 곱게 인연의 꽃 들이고

쌍둥이 달걀 프라이의 눈동자까지

투명 노랑 소녀 감성으로

물들여놓았어요


손대면 고소하게 톡 터질 것만 같은

달걀 프라이의 또랑한 눈동자에

햇살 미소로 건배를 속삭이며

십여 년 우정의 발자국들을

잠시 헤아려봅니다


저마다의 걸음걸음

분명 녹록지 않았을 테고

맑게 웃는 날보다 찌푸린 날들이

훨씬 더 많았겠지만 그래도 우리

무사히 잘 버티고 견뎌왔으니

달걀 프라이의 눈동자처럼

여전히 똘망똘망 살아있음에

진심 감사합니다


이미 지나버린 

화려한 과거형이나

막연히 기대하고 기다리는

불확실한 미래형보다도

지금 이 순간의 현재진행형이

비록 마음에 차지 않고

때로 버겁더라도

그마저도 소중한 내 몫이니

웃으며 반겨 맞아들여요


벅찬 순간들이 내미는

넘치지 않축복과

꽃물 든 인연이 건네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

달걀 프라이의 영롱한 눈동자처럼

땡그르르 품으 간직하기로 해요


꽃미모 눈부신 오드리 헵번 주연

세계의 명화는 아니더라도

지금 상영 중인 우리만의 영화

내 나는 삶의 한 장면을

곱게 꽃물 들이며 또박또박

힘차게 살아가 보기로 해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792 양다리참견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