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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l 02. 2024

초록의 시간 794 눈부신 그녀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철부지 어릴 적에는

별들이 반짝인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반짝이는 것처럼 보일 뿐 

쉴 새 없이 흔들린다고 생각합니다


멀리서 보면 반짝반짝 빛나 보이지만

단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듯이

무수히 흔들리는 별들의

애잔한 손짓이 안쓰럽습니다


삐삐를 아시나요?

내 걱정은 마세요

난 언제나 잘해 나갈 테니까~

큰소리 빵빵 치며 허세 뿜뿜

자유분방하고 씩씩하고 힘찬

말괄량이 소녀 삐삐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아흔 살의 할머니가 된 후에도

타자기 앞에 앉아 매일 또각또각

습관처럼 글을 썼다고 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무엇이 아닌지는 확실히 안다

외로움과 고요함을 두려워한 나머지

 '내가 이 세상에서의 짧은 삶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한 걸음 물러서서

스스로 묻지 못하는 것~


1983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내 안에 존재하는 아이를 위해

글을 쓴다'라고 했답니다

스웨덴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아스트리드라면 뭐라고 말할까~라고 

물을 정도로 사랑받는 동화작가래요


그녀가 푸르른 젊은 날 

눈부신 만큼 혹독한

청춘의 아픔을 겪어내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80세가 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꼬맹이 독자들의 앙증맞은 편지로

사랑스럽게 시작합니다


'삐삐 롱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

그리고 '개구쟁이 에밀' 등

파릇한 생명력 넘치는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강하고 힘찬 의자와

에너지 듬뿍 담아낸 아스트리드


작가가 되기 전 겪은

그녀의 혹독한 시련을 보여주는

영화의 장면과 장면 사이사이에

꼬맹이들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와 잔잔히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1920년대 스웨덴의

작고 예쁜 시골에서 태어난 그녀는

주관이 뚜렷하고 재능과 상상력이 풍부 

말괄량이 명랑 소녀로 자랍니다


격식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씩씩한 소녀 아스트리드(알바 어거스트)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며

동생들을 보살피고 

부지런히 집안일을 돕습니다 


그녀의 재능을 알게 된 아버지는

지역신문사 인턴 기자로 일할 수 있게 하죠

이발소에서 양갈래 머리를

똑 단발로 자른 열여덟 살 야무진 소녀 

친구의 아빠이고 이혼 소송 중인

편집장 레인홀드 블룸버그(헨릭 라파엘센)

사랑에 빠져 미혼모가 되는

평범하지 않은 아픔을 겪게 됩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덴마크에서 혼자 아이를 낳아

위탁모 마리에게 맡기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이 딱하고

안타깝고 애잔합니다


곧 비서가 될 수 있으니 아이

위탁모 마리가 있는 덴마크에 두고

집에 돌아와 살라며 엄마가

그를 사랑하느냐 묻자

그녀의 대답은 엉뚱합니다

'제 아이를 버리라고요?'


안녕 라세~

아이를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두 사람

'그녀는 눈부셔요 재능이 있고

생명력이 넘쳐요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사과꽃 만발하는 봄날

결혼하자는 구스타프손의 청혼을

그녀는 거절합니다

이유는 그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해맑은 합창으로 흐르는

엔딩곡 'Springa'가 사랑스러워요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노래를 녹음한

테이프를 생일 선물로 받기도 하죠


'너만의 인생을 살아

그곳에 있어

폭풍 속에서 소리를 질러봐

뛰어올라 용감하게 뛰어올라

절망에서 삶으로

어둠을 지나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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